[대학가명물] 365일 암벽사랑 진짜 '산처녀'
기사입력 1998년 04월 22일 14시 38분
"저, 여잡니다."
단국대 체육교육학과 3학년 정효정양(21)은 종종 남자로 오해를 받는다.
딱 벌어진 어깨에 짧은 커트머리.
뒤에서 보면 영락없는 남자다.
하는 짓도 그렇다.
적어도 1주일에 두 번은 산을 탄다.
아버지 따라, 또는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삼아 나서는 등산이 아니다.
깎아지른 절벽을 오르는 암벽등반이다.
정양은 휴일에는 절대로 약속을 잡지 않는다.
암벽과 싸우러 가야하기 때문이다.
정양이 집이나 학교에 없는 날은 어딘가의 절벽에 매달려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정양이 암벽을 타기 시작한 것은 새내기 때인 지난 96년.
학과 수업시간에 등산에 관한 강의를 듣고나서다.
이제는 북한산 설악산 등 국내의 웬만한 암벽은 모두 발아래 뒀다.
작년 여름에는 MBC TV에서 모집한 15명의 대학생등반대에 홍일점으로 뽑혀 장백산(長白山) 초입에서부터 걸어서 천지(天池)를 정복하기도 했다.
"여성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했던 생리적 현상만 빼고는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당시 3명의 남학생은 하산 후 몸살을 앓았으나 정양은 끄떡 없었다.
정양의 자랑거리는 테니스와 수영, 육상 등으로 다져진 체력이다.
남자들에게 지는 게 싫어 악착같이 운동에 매달린 결과다.
그래선지 어느새 몸도 마음도 반은 남자가 됐다.
평소 차림새는 청바지와 티셔츠에 등산화.
가방에는 인형이나 열쇠고리 대신 카라비너(암벽을 오를 때 바위틈에 박은 쇠못과 자일을 연결하는 강철 고리)와 같은 등산장비가 매달려 있다.
이쯤되니 단국대에서 정양을 모르면 시쳇말로 간첩이다.
세상을 달관한 듯 넉넉하게 사는 그녀에게도 한가지 못마땅한 게 있다.
`산악인'이라고 하면 다들 허영호같은 남자만을 떠올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녀는 굳이 `산악녀'로 불리기를 원한다.
[조향이 명예기자(단국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