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 추적(20)
기사입력 1998년 04월 22일 14시 38분
"빌어먹을！"
가네다가 잇사이로 말했다.
"하시드의 거처가 발각되었어. 이젠 우리가 선수를 빼앗겼다."
응접실 안에는 요시에와 이준석, 그리고 가네다의 부하인 가또까지 넷이 있었다.
가또가 초조한듯 벽시계를 올려다 보았다.
새벽 한시였다.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 흩어져 있는 요원들은 아침 여덟시 비행기부터 카이로에 도착할 예정인 것이다.
그러나 이집트 정보당국이 왈리드의 피살 이후로 동양인의 검문검색을 철저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몇명이나 제대로 모여질지 아직 알 수도 없다. 불쑥 이준석이 머리를 들었으므로 방안의 시선이 그에게로 모여졌다.
"가네다씨, 이곳에서 10분 거리이니 내가 가보겠소."
"가서 뭘 하시려고?"
찌푸린 얼굴의 가네다가 체념한 듯 말했다.
"상대는 20명이 넘는 중무장한 무리오. 아마 이집트 정보국 요원들일 가능성이 많소. 그자들을 상대로 하겠다는거요?"
"내가 썼던 총을 주시오."
자리에서 일어선 이준석이 손을 내밀었다.
"시노하라가 감시하고 있다니 그와 함께 있겠소."
"잡히면 우리 정체까지 탄로납니다. 대위."
"그럴 경우에는 죽어 드리지. 약속할 수 있습니다."
"도대체 무얼 하려는거요?"
"기회를 찾겠어."
이준석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가 부릅뜬 눈으로 가네다를 쏘아보았다.
"앉아 있느니 그 곳에 가서 내 눈으로 보겠다는거요."
한동안 이준석을 노려보던 가네다의 시선이 가또에게로 옮겨졌다.
"가또, 네가 함께 가라."
가또가 일어서자 가네다는 못을 박듯이 말했다.
"절대로 돌출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그 놈들이 누구인지 어떻게 결말이 나는지 미행만 해서 알아내도록."
총소리가 울린 것은 사내들이 골목으로 쏟아져 들어간지 십분쯤이나 지난 후였다.
이제나 저제나 하며 가슴을 조이고 있던 시노하라는 총소리를 듣고 나서야 막힌 가슴이 풀리는것 같았다.
"총소리가 납니다."
하고 무전기로 보고한 그는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묘한 소외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가 어릴적 연극의 주인공을 다른 친구에게 빼앗겼을 때의 기분과 비슷했다.
뒤쪽에서 인기척이 났으므로 그들 둘은 긴장을 했다.
"나다. 시노하라."
가또의 목소리였다. 이미 가네다로부터 연락을 받은 터이라 그들은 잠자코 그들을 맞았다.
시노하라의 옆에 엎드린 것은 이준석이다.
그는 SVD드라구노프 저격총을 쥐고 있었는데 총신 위에는 묵직한 스코프가 붙여져 있다.
총성은 한때 격렬했지만 이제는 산발적으로 들렸다.
"이제 쏟아져 나올 때가 됐는데."
곤도가 조바심을 냈다. 총성이 울린지 5분도 더 지난 것이다.
습격자는 골목 입구에 세워둔 트럭으로 돌아올 것이 틀림없었다.
"시바다가 바깥쪽 길에서 대기하고 있어."
시노하라가 턱으로 오른쪽을 가리켰다. 트럭의 머리가 향하고 있는 쪽이다.
그 곳에는 이집트인 고용인이 탄 두 대의 승용차도 대기하고 있었다.
세대의 차로 미행할 계획인 것이다. 그 순간 골목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