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킹!지구촌] (5)'다른부락 습격' 가상전투
기사입력 1998년 04월 22일 14시 38분
다니족 원주민들은 문명인들과 달리 죽음이나 시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이들은 생사의 경계선이 없다고 믿기 때문에 죽은 자의 영혼이 산 사람과 더불어 지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전에 추앙받던 집안 어른이 죽으면 그 시체를 썩지 않도록 훈제하여 상반신 조각처럼 앞마당에 세워둔다.
후손들은 검게 그을린 조상의 주검을 정성을 다해 손질하면서 생명의 `영원불멸'을 되새기는 것이다.
다니족의 전통 민속 공연인 `전쟁 축제'는 실전을 방불케 한다.
필자가 목격했던 그들의 전쟁 축제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했다. 50여명의 부락 주민들이 참여해, 밭에서 일하다가 납치당한 부녀자를 구출하기 위해 다른 부락을 습격해 전투를 벌이는 장면을 묘사했다.
창 활 돌도끼 칼 등으로 완전 무장한 전사들은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실감나게 연기했다. 실제로 사람을 죽이고 피가 튈 것만 같은 긴장감이 이어졌다.
극히 일부 지역이긴 하지만 지금도 몇몇 다니족들은 부락끼리 피비린내나는 전쟁을 벌인다고 한다.
해묵은 원한 관계나 돼지 여자 영토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분쟁에서 잔혹한 학살 행위도 가끔 발생한다.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오지에서 일어나는 전쟁이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정부의 개입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전쟁 축제'의 한마당이 끝나면 돼지잡기 잔치가 이어진다. 돼지는 다니족에게 식량 이상의 의미를 갖는 부(富)와 권력의 상징물이다.
일부다처제의 관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이곳에서는 남자가 새 아내를 맞이하려면 보통 다섯 마리의 돼지를 잡아야 한다. 따라서 돼지를 많이 소유한 남자가 아내도 많이 거느릴 수 있는 것이다.
고구마가 주식인 다니족에게 돼지를 잡는 일은 온동네 잔치가 될 수밖에 없다.
돼지를 잡는 축제가 벌어지지 않는다면 이들은 일 년에 한두 차례도 고기맛을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양쪽에서 돼지의 앞 뒷발을 잡고 번쩍 들어올리면 옆에 있던 사람이 급소를 향해 활을 쏘아 절명시킨다.
돼지의 귀와 꼬리는 장식용으로 쓰기 위해 잘라낸 다음, 고기는 야채 고구마 바나나잎과 함께 불에 구워먹는다.
미리 파 놓은 구덩이에다 장작불에 달궈진 돌맹이를 차곡차곡 쌓고, 그 위에다 돼지고기를 굽는 것이다.
돼지 잔치가 벌어지는 두시간 동안 여성들은 온몸을 요란하게 흔들어 대며 춤추고, 남자들은 분주하게 요리를 나르며 기성을 지른다.
간만에 맛있는 돼지 바베큐로 배를 채우다 보면 어느새 날이 저물고 만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