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란] 닫힌 마음의 창 표정연기 '일품'
기사입력 1998년 04월 21일 15시 05분
"자폐증, 그거 간단치 않던데요."
SBS TV 드라마스페셜 `내 마음을 뺏어봐'에서 자폐증에 걸린 소녀 은조 역으로 열연하고 있는 허영란(18).
깜찍한 마스크가 돋보이는 허영란이 펼치는 `무언의 표정연기'가 시청자들을 신비감에 휩싸이게 하며 보호본능을 자극하고 있다.
극중 한재석(기조 역)의 여동생인 허영란은 배역상 말이 없는 자폐증 환자인 탓에 얼굴이 무표정해야 하는 것은 물론, 시선 또한 마음대로 놀릴 수가 없는 입장.
자폐증에 따른 대인기피증으로 누가 웃기거나 뭐라 해도 시선이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카나리아같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바라볼 뿐이다.
대사 없는 배역이라 별 부담이 없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촬영이 계속되니 얼굴에 경련이 이는 등 어려움이 많다는 게 허영란의 얘기.
드라마가 끝날 때쯤 돼야 자폐증이 치료돼 말을 하게 되는 허영란은 자폐증을 그린 더스틴 호프먼의 `레인맨'을 보며 연기과외를 하고 있는데, 요즘 너무 말이 없다보니 자신이 진짜 벙어리가 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라고.
촬영이 끝난 뒤에 극중 소품인 곰인형을 집까지 갖고 가 헛소리 대화까지 나누는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다.
"극중 곰인형을 항상 갖고 다니는데 누군가를 사랑해주고 보호해주고 싶은 게 일반적인 심리인가봐요. 청순한 제 모습이 보호본능을 심히 자극시켜 좋다는 팬레터도 많이 받아요."
지난 96년 MBC TV 청소년드라마 `나'의 공주병 주인공 역을 맡으며 연예계에 데뷔한 허영란은 `남자셋, 여자셋' 등 여러편의 드라마에 출연하는 등 신세대 스타로 본격 부상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