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홍원기 도깨비 방망이 효험
기사입력 1998년 04월 20일 15시 12분
★…`부처님은 그에게 2세와 함께 영험을 내리셨다.'
한화의 독실한 불교신자 홍원기(25)의 방망이가 도깨비 방망이로 변했다.
지난주 아내 이혜숙씨의 임신소식을 들은 뒤 야구가 원하는대로 풀린다. 안타를 바라면 안타가 나오고 홈런을 생각하면 홈런이 `뚝딱' 터진다. 그가 믿는 부처님이 2세와 함께 복을 한꺼번에 내려주신 모양이다.
지난 17일 청주 LG전.
3－3 동점이던 9회말 2사 3루에서 대타로 출전한 홍원기의 소원은 오직 하나.
`아내가 임신까지 했는데 후보라니 말도 안돼. 부처님 무슨 일이 있어도 안타 하나만 내려주세요.'
그러나 타구는 유격수 뒤로 넘어가는 플라이.
소망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 하지만 중견수 이병규가 판단착오로 뒤로 물러났다 뛰어오는 바람에 평범한 타구는 행운의 끝내기 안타가 된다.
3루자리를 뺏어간 마이크 부시가 그날따라 계속 수비가 불안, 곧바로 주전으로 기용된 뒤 두번째 선발게임인 19일 청주 삼성전.
역시 스코어는 3－3, 연장 10회말 2사후.
다음 타자가 신인 김기성임을 확인한 홍원기, 또 한번 소원을 빈다.
`무조건 제가 끝내야 돼요. 이번엔 홈런입니다.'
변화구를 노리고 타석에 들어선 홍원기.
그때까지 5⅓이닝 동안 한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던 곽채진은 가운데 높은 변화구를 던졌고 홍원기는 `웬떡이냐'며 방망이를 힘차게 돌렸다.
드라마같은 끝내기 홈런.
"안타, 홈런보다 팀의 연승을 이어가게 한 것이 무엇보다 기뻐요. 앞으로 절에 더 열심히 다녀야겠어요."
홍원기의 도깨비 방망이가 언제까지 효험을 발휘할까.
[신보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