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근] 곤룡포 벗고 깡통찬다
기사입력 1998년 04월 20일 15시 12분
천하를 호령하는 대왕이 거렁뱅이로 파격 변신한다.
KBS TV의 인기드라마 `용의 눈물'에서 조선태조 이성계의 아들 태종으로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리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유동근이 이번에는 동냥깡통을 두들기는 각설이로 `추락'을 감행하는 것.
유동근은 오는 6월22일부터 호암아트홀 무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품바'의 주인공 각설이역을 맡아 50년대 전라도 지방에서 구전되어온 각설이 이야기를 구수하게 펼쳐내면서 극중에 등장하는 각설이 타령을 걸쭉하게 뽑아내게 된다.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절씨구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원래 `품바'는 연출자 김시라씨가 지난 82년 연극배우 정규수를 품바로 내세워 처음 공식무대에 선보였던 1인극. 이후 암울했던 80년대를 관통해 90년대 초까지 전국적인 흥행과 함께 성공하는 `인기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품바'의 주인공도 1대 품바 정규수와 2대 품바 정승호 등 10여명에 달했을 정도. `품바'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들도 모두 연극과 영화 등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연기자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유동근은 바로 이 점에 착안, 자신에게 짙게 드리웠던 대왕의 이미지를 단번에 벗어내고 폭넓은 캐릭터를 창출하는 기회로 `품바'를 선택한 것. 더군다나 1인극이었던 `품바'가 뮤지컬 형태로 바뀌면서 `서편제'스타 오정해가 상대역으로 가세, `각설이 타령'의 절묘한 하모니까지 펼칠 수 있게 됐다.
유동근은 4월말 `용의 눈물'이 종영된 후 5월초부터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편 `품바'는 6월22일 호암아트홀 공연이후 7월부터 전국순회공연을 떠나며, 9월에는 미국순회공연도 예정돼 있다.
[이창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