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천년의 수인' 뒤틀린 현대사 재조명
기사입력 1998년 04월 20일 14시 32분
테러리스트 안두희 이야기를 통해 비틀린 우리의 역사와 삶의 진실을 묻는 연극 한편이 무대에 오른다.
동숭아트센터(김옥랑)는 5월 8일부터 6월 14일까지 서울 동숭홀에서 연극으로 한국의 현대사와 한판 승부를 벌일 오태석 작, 연출의 `천년의 수인(囚人)'을 공연하는 것.
김구 선생 암살범 안두희의 인생 역정을 축으로 삼아 양민을 학살한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진압군, 빨치산 출신 비전향 장기수의 삶을 겹쳐놓으면서 뒤틀린 반세기의 현대사를 새롭게 해석한 무대.
이들 세 사람이 김구선생에 의해 역사의 현장이 아닌 한 병원의 병실에서 만나 펼치는 역사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삶, 그 진실을 추구하는 게 극의 특징.
오태석은 "안두희의 인생만 펼쳐놓기에는 너무 단조로워 그와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5‘18 진압군을 내세웠고, 또 극의 넓이를 위해 장기수를 등장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수인(囚人)'이란 말처럼, 갇힌 자들과 갇히지 않은 자들을 통해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역사의 틀에 갇힌 존재라는 것을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다고.
이번 무대는 동숭아트센터의 대표 김옥랑과 극단 목화의 대표인 오태석이 2년전 이 작품을 공연하자고 의기투합했었고 그 약속이 마침내 이루어져 관심거리.
특히 대표적인 연극배우인 이호재와 전무송이 오태석의 작품에서 오랜만에 연기대결을 펼쳐 화제. 드라마센터의 단원으로 `고도를 기다리며'를@공연한 이래 25년만이며, 국립극단으로 자리를 옮겨 `물보라' 무대를 함께 꾸민 지 20년 만이다.
여기에 조상건 정진각 한명구 정원중 김응수 손병호 이용구 박희순 성지루 이명호 황정민 등 극단 목화의 연기파 배우들이 등장, 극의 완성도에 도전한다.
배우들의 김찰맛 나는 연기, 작가의 번득이는 연극적인 기지, 관객을 압도하는 스피디한 전개, 불꽃튀는 세대간의 연기대결이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하다.
한때 국립극장에 의해 불손한 내용을 담았다는 이유로 공연거부를 당했던 이 작품이, 과연 관객들에게 어떤 심판을 받을지도 관심을 끈다. 화∼목 오후 7시 30분. 금요일 오후 4시 30분, 7시 30분. 토∼일 공휴일 오후 3, 6시. (02)3673－4466
[박용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