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를세운사람들](5) 맥도웰-흙속에서 건진 흑진주
기사입력 1998년 04월 19일 15시 40분
팀 우승의 `일등공신' 조니 맥도웰은 박효원 부단장에게 다가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미국에 있는 애인을 좀 불러주세요."
지난해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8순위로 현대에 지명됐지만 20명의 외국인 가운데 으뜸 활약을 펼친 `흙속의 진주' 맥도웰.
많은 사람들로부터 우승 축하인사를 받았지만 이 순간 가장 보고 싶은 얼굴은 미국에 있는 애인 크리스티 커티스（23）였다.
"그 정도 부탁쯤은 충분히 들어줄 수 있지." 박부단장은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 약속이 화근이 될 줄이야.
당초 플레이오프가 개막되기 전 12일간의 휴식기간 동안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던 중학교 교사 커티스는 학교사정에 따라 챔피언결정전 1차전이 열리기 하루전인 3월30일에야 한국에 올 수 있었다.
오랜만에 상봉한 이 커플이 `뜨거운 밤'을 보낸 건 이미 짜여진 시나리오.
동료들은 이런 맥도웰을 부러워했지만 이 부러움은 곧 원망으로 바뀌었다.
3월31일 1차전. 전날 애인과 보낸 맥도웰은 과거의 그가 아니었다.
좀처럼 점프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패스도 엉망이었다. 8개의 실책에다 득점도 평소보다 10여점 적은 23점.
2차전에서도 맥도웰은 `고개숙인 남자'였다.
코칭스태프와 동료선수들이 맥도웰과 커티스에게 눈총을 보내기 시작한 건 그 다음.
2연패의 충격 속에서 던진 동료들의 눈총이 유난히 따가워서였을까.
컨디션 조절에 골몰한 맥도웰은 4일 3차전에서 34득점 1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탱크와 같은 파워를 아낌없이 쏟아냈다.
개펄 속에 빠지려던 `흑진주'. 그 흑진주가 다시 뭍으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구동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