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 추적(17)

기사입력 1998년 04월 19일 15시 40분


눈만 둥그렇게 뜬 모리스를 향해 사내가 다그치듯 말했다.

"한국여자 둘이 버스에 탔다가 하나가 실종되었어. 자, 말해!"

"하마니파 대원이 데려간 것으로 알고 있소."

그러자 이준석이 갑자기 총구를 내리고는 멍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는 다음 순간 얼굴이 하얗게 굳어졌다가 입을 열었는데 목이 메었다.

"어디로?"

"그건 저 놈한테 물어 보시오."

이준석이 카림에게로 돌아섰다.

"말해라! 어서!"

"난 모른다."

정신을 수습한 카림이 머리를 저은 순간 이준석의 발길이 날아가 어깨를 찼다.

마침 총알이 뚫고간 부분이어서 카림이 저도 모르게 신음을 뱉으면서 땅바닥에 딩굴었다.

이준석이 거친 동작으로 총알을 장진했는데 눈을 치켜뜬 무서운 형상이다. 그가 총구를 카림의 귀에 쑤셔 넣었다.

"말하지 않겠다면 죽어라!"

그 순간 옆에 서 있던 가네다와 시노하라가 이준석의 양팔을 잡았다.

"대위, 진정하시오."

그러나 그들의 팔을 뿌리친 이준석이 다시 발을 날려 카림의 옆구리를 찼다.

"하마니의 본거지를 내가 압니다."

그때 모리스가 말했으므로 이준석은 움직임을 멈췄다. 그의 시선을 받은 모리스가 말을 이었다.

"살려 준다면 말 하겠소."

"어디냐?"

"약속부터 해 주시오."

다음 순간 둔탁한 총소리와 함께 모리스는 질색을 하고 목을 움추렸다.

머리끝이 화끈했던 것이다. 총알이 머리칼을 태우고 지나갔다.

가네다가 다시 이준석의 팔을 잡았다.

"대위, 서둘것 없습니다. 이 놈들은 불지 않으면 배겨나지 못할 테니까."

그러자 숨을 들여마신 이준석이 총구를 내렸다.

"좋소. 난 아무것도 필요없소. 내 약혼자가 있는 곳만 알면 그만이요."

그날밤 열두시가 조금 넘었을때 숙소의 방 안에는 이준석과 가네다, 요시에 세 사람이 둘러앉았다.

가네다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하마니는 핫산에게 문제가 생긴 것을 알았을 겁니다. 아마 지금쯤 거처를 옮겼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직 이집트를 벗어나지는 못했을거요."

이준석이 말하자 그가 머리를 끄덕였다.

"리비아와 미국 양쪽에 오파를 던질 예정이라니 이집트가 흥정하기에는 적당한 장소지요."

그러나 하마니는 백여명의 무장 결사대의 호위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보국 요원들이 상대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본부에 연락을 했으니 곧 지시가 내려올 것입니다."

가네다가 말하자 이준석이 어금니를 물었다. 하마니의 은신처는 람세스 중앙역 근처의 주택가였다.

가네다는 핫산의 자백을 받은 즉시 시노하라를 보내어 정탐시켰는데 아직 연락이 없다.

이준석이 머리를 들고 가네다를 바라보았다.

"가네다씨, 이건 내 생각인데 미국측에 연락을 하면 어떻겠소?"

그러자 가네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안됩니다. 대위, 그리고."

그의 표정이 차츰 딱딱하게 굳어졌다.

"미안하지만 한국대사관에 연락 하는것도 삼가 주시오. 대위, 우리는 당신이 대사관의 정대령과 연락 하는 것도 압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