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 '개똥철학'선율에 담아 인기질주
기사입력 1998년 04월 19일 15시 40분
"나마스 테 ！"
"단니아 밧 ！"
가수 리아(21．본명 김재원). 인사말 같은데, 무슨 귀신씨나락 까먹는 소린지? 알아야 면장을 하지.
"네팔어예요. 나마스 테는 `안녕하세요'고 단니아 밧은 `고맙습니다'라는 뜻이죠."
그러면서 리아는 천진하게 웃는다. 쇼트컷한 머리칼. 갓 건져낸 송어다. 리드미컬하게 툭툭 내뱉는 말투.
가수 리아. 거칠고 쨍쨍한, 쇳소리가 나는 음색. 큰 성량.
제2집 앨범 `개똥철학'이 서울, 부산 등의 다운타운을 휩쓸고 있다. 이 앨범엔 타이틀곡 `개똥철학' 외에 `난 그래' `고정관념' 등 10곡이 담겨 있다.
전곡을 직접 작사, 더러는 작곡도 했다.
`사람들은 커다란 혹을 가슴속 깊이 가지고 있다 생각했지/아무도 모르게 함께 하지만/힘이 되어 줄 친구라고 하지만/모두 잊고 있는 것 같아/때론 마음을 아프게 한단 이유로 모두 버리려 할지 몰라…'.
`개똥철학' 포크록 풍. 누구나의, 생각도 존종돼야 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편견'은 더없이 위험한 사고방식이라는 거다.
`개똥철학'은 발매 2개월여에 40만여장이 팔려 나갔다.
`리아'라는 예명엔 별뜻이 없다. 누구나 부르기 쉽게 했을 뿐. 또 예쁘기도 하잖는가?
리아. 서울 토박이. 다섯살때 아버지를 따라 인도로 간다.
"뉴델리 중심가에서 살았는데…. 인근 숲에서 도마뱀이나 개구리를 잡고, 사탕수수도 꺾어서 먹고, 연날리기도 했죠. 너무, 너무 재미있었어요."
아버지 김인섭(54)은 산악인. 한국 최초의 등산학교를 만들기도 했다. 그 유명한 산악인 허영호의 선배이자 스승.
아버지는 뉴델리와 네팔 카트만두를 수시로 오갔다. 카투만두에선 로치(산악인의 하숙집)를 운영하고 오퍼상도 했다.
리아는 카트만두의 링컨스쿨(외국인학교)에 다녔다. 계절학기여서 해당계절에만 카트만두에 묵었다.
열살때 다시 서울로. 잠실초등학교를 거쳐 불광동의 대은초등학교를 졸업.
은평중때 사이먼 & 가펑클의 팝을 들었다. 이때, 불현듯 `가수'에의 동경이 일었다.
동명여고 1년. 통기타 서클에 들어간다. 휘트니 휴스턴의 `아윌 올웨이즈 러브 유'를 즐겨 불렀다.
한번은 MBC 라디오의 `별이 빛나는 밤－뽐내기'의 프로에 참가. 전화를 통해 휴스턴의 노래를 불러 1등. 이어 연말 결선에서 대상 수상. 이때 가수가 팔자로 다가든다.
낌새를 챈 할아버지는 `가수를 하더라도 대학에나 가서 하라'고 한다.
서울사대부고 교장이었던 할아버지는 손녀가 사학자(史學者)가 되길 바랐다.
96년. 고교 졸업반. 리아의 수능성적은 전교 3등.
한국외대 영어과 입학에 실패. 인하공전 항공공학과에 합격. 그러나 재수를 택한다.
피자가게, 커피전문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학원비를 벌기 위해.
이 와중에 EBS의 고교생 프로그램 `아름다운 세상 커다란 꿈'에서 노래 솜씨를 선뵌다.
우연히 이를 본 현 매니저 이상명과 연결된다. 오디션 없이 가수로 계약.
앨범이 나오기도 전 가수 박정운의 장기공연에 초대가수가 된다. 말전주에 실려 어느새 리아는 PC에까지 뜬다.
`록가수가 하루 아침에 나타났다. 음색이 너무나 좋다. 쇼킹하기까지 하다.' `아직 앨범하나 없는 가수라는데, 아주 괜찮아.'
한번은 KBS 2TV `이소라의 프로포즈' 녹화후 우연찮게 포논 브론즈의 `@츠 업'을 불렀다. 그 2주후 `이소라의 프로포즈'에 출연한다.
97년 3월. 제1집 앨범 `다이어리'를 낸다.
"가사를 직접 썼죠. 중－고교때의 일기장에서 주제를 잡았어요. 1집엔 타이틀곡 `개성' `욕구불만' 등도 수록됐는데… 세상엔 사랑이 필요하다, 기계처럼 살지말자고 말하고 싶었어요."
이때 인터넷에 뜬 반응－ `리아는 메시지 가수'.
가수 리아.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게 흠. 치장엔 무관심. 청바지에 티셔츠면 OK. 늘상 밝게 살지만 이따금씩 역마살이 도진다.
록그룹 `시나위'와 신승훈 김건모 등과 가까운 사이.
고교땐 톨스토이의 소설에 빠졌다. 앞으로 한숨 돌리면, 문화사를 공부하려 한다. 할아버지를 생각해서도.
"서른쯤에, 최소한 세살위의 남자와 결혼했으면…. 너무 일찍 결혼해, 너무 일찍 인생을 저당잡히는, 남자들을 보면 늘상 안쓰러웠어요. 실컷 즐기다 내게 오라는 거죠, 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