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형의도쿄통신] (3)실물크기 캐릭터 사업
기사입력 1998년 04월 19일 15시 40분
어느날 네살짜리 우리아이와 길을 걷고 있는데 요 꼬맹이가 우뚝 서서 안 움직인다. 내 손을 끌어당기며 저기 가자며 소리를 지른다.
반대쪽 길가를 보니 실물크기의 미키마우스가 손님들을 끌고 있다. 지나가는 젊은 남녀에게 악수를 하기도 하고 특히 어린애가 지나가면 더 요란하게 몸짓을 하며 안아주기까지 한다.
지나는 행인만이 아니라 길 건너편에 가고 있던 사람들(나와 우리딸)까지 길을 건너오게 만들어 결국 그 집에 들어 오도록 만드는 것이다.
지나 다니는 행인들과 똑같은 크기의(등신 사이즈) 캐릭터는 돈이 된다고 봐야 되는거다.
장사집들에게 손님을 끌어들이는 역할뿐만 아니라 등신 사이즈의 캐릭터는 상품 자체로써도 히트하고 있다.
취미 컬렉션으로 모으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고 아니면 외로운 사람들이 같이 사는 룸메이트처럼 아니면 애인처럼 지내기 위해 사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인간크기 캐릭터들은 유명 에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의 주인공 `레이'나 `기동전함 나디시코'의 `호시노루리'같은 미소녀 캐릭터들인데 혼자 사는 남자애들이 사 갖고 가서 집에 데리고 산다는 얘기다.
작은 인형종류 캐릭터보다 훨씬 덜 팔리긴 하지만 원래 크면 비싼법.
보통 실물크기의 플라스틱 소재등 신 캐릭터들은 가격이 이백만원에서 사백만원씩 남는다는 얘기다.
이걸 누가 사가겠는가 싶지만 바로 앞에서 얘기한 미키마우스를 생각하시면 된다.
장사하는 집들 특히 젊은 고객을 상대하는 곳에선 책방, CD점, 레스토랑, 카페, 술집까지도 입구에 이런 미소녀 등신 캐릭터 한 둘이 서서 고객들을 상대해주면 놀랄만한 매상고를 올릴 수 있다.
사실 백화점이나 옷가게들이 마네킹을 이동 장사를 해오지 않았던가. 이젠 시대가 그냥 마네킹이 아니라 등신 크기의 캐릭터 마네킹으로 둔갑해도 되는 시대다.
그래서 얘기를 정리해 보면 첫째 인기 캐릭터를 백화점용(부티크 가게용)마네킹으로 팔거나 어린소녀 젊은 여자애들에게 파는 일. 그녀들은 집에서 실제 자기 옷으로 옷을 갈아입히는데 재미를 느낀다.
둘째는 등신 캐릭터를 앞에 얘기한 미키처럼 삐끼로 쓰면 돈이 보인다. 천박하지 않은 연기가 필수다.
연젠가 국내공항에서 KAL 아시아나 어느쪽 표를 살까 망설인 적이 있다. 난 그때 판매대 앞에 저렇게 단정한 여사원들보다 Toy Story처럼 인기있는 캐릭터들을 고용하거나 신데렐라나 미소녀의 캐릭터가 눈짓하면 좋겠다 생각했었다.
길거리에 수없이 늘어서 있는 타경쟁 업소들을 이기는 데에도 캐릭터는 좋은 무기 돈되는 무기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