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청춘일기] 김선아(7) '방울이'출연후 연기 눈떠
기사입력 1998년 04월 17일 15시 08분
첫 촬영은 길거리를 걷는 장면. 평범한 구성이었는데 한번 실수를 하니까 계속 실수를 하게 됐다.
첫단추를 화려하게 뀄더니 다음부터 일사천리가 아니라, 첩첩산중. 대사가 일단 10줄이 넘으면 아무 생각이 없어지고, 발음에 신경을 쓰면 억양이 이상해지고 억양에 신경을 쓰면 대사를 잊어버렸다.
그러던 어느날, 뮤직비디오를 찍느라 이틀밤을 새우고 `방울이' 촬영장에 달려갔다. 머리가 멍해지고 NG를 몇번 냈더니 곧 쏟아지는 욕. 그때 처음으로 촬영장에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방울이' 찍으면서 세번 지각했다.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심장이 정지되는 것 같다.
MBC TV `테마게임'과 `방울이' 촬영이 겹쳤을 때다. `방울이' 촬영에 들어가려고 분장실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테마게임' 연출자가 5분이면 된다며 나를 끌고 갔다.
그런데 그 5분이 30분이 돼버렸고, 쟁쟁한 대선배들이 나를 기다리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또 로드 매니저가 늦는 바람에 `방울이' 마지막 촬영날까지 지각을 했다. 덕분에 눈물이 쏙 나오도록 꾸중을 들었다.
비록 혼나는 것으로 시작해 혼나는 것으로 끝이 난 `방울이'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 장수봉 PD의 애정어린 가르침 속에서 연기자로서 기본기를 닦았고 대선배들에게 연기 노하우를 배웠다.
그뒤 난 SBS TV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거쳐 지금은 MBC TV `세상끝까지'를 찍고 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연기자로서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다 지금까지 응원해준 팬들 덕분이 아닐까.
난 음성사서함을 일기를 쓰는 것처럼 관리한다. 매일 인사말을 바꾸고 팬들이 남긴 메시지를 확인한 후 꼭 답을 남긴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 일일이 팬레터를 쓸 수 없는 대신 사서함 관리만은 제대로 하자고 다짐했다.
이 자리를 빌어 `연기자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산다'는 말을 항상 명심하며 활동 하겠다고 맹세한다. 짧지만 긴 청춘일기를 지금까지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