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를세운사람들] (4)이상민-오빠부대는 못말려
기사입력 1998년 04월 17일 14시 40분
챔피언결정전 7차전 전날인 8일밤 현대 신선우 감독은 통 잠을 이룰 수 없었다.
9일 기아와의 `마지막 승부'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중압감도 있었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1분 간격으로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_.
신감독을 잠못들게 한 것은 바로 오빠부대 팬들의 항의 전화였다.
"내일 상민 오빠를 주전에서 뺀다구요. 안돼요. 그러시면 감독님을 영원히 미워할거예요."
7일 6차전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이상민보다 유도훈을 중용하겠다는 신감독의 발언이 오빠부대 팬들의 신경을 건드린 것이었다.
항의내용은 "상민 오빠를 스타팅 멤버로 기용하시면 감독님을 오빠만큼 사랑할거예요"라는 애교조에서부터 "상민 오빠가 빠지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는 협박조까지 다양했다.
신감독은 처음엔 그냥 한두명의 항의전화이겠거니 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초저녁에 시작된 항의가 새벽을 넘어서까지 꼬리를 물자 문제는 간단치가 않았다.
"무슨 얘긴지 충분히 알겠다"고 신감독은 가볍게 넘어가려 했지만 오빠부대 팬들은 막무가내였다.
확실한 답변을 듣기까지는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얘기였다. 결국 백기를 든 쪽은 신감독이었다.
9일 경기 시작 3분전. 스타팅 멤버를 알리는 장내 멘트에서 이상민의 이름이 메아리쳤고 오빠부대는 체육관이 떠나갈 듯 함성을 질렀다.
그리고 이상민은 간밤에 벌어진 일을 알기라도 한 듯 38분 동안 코트를 종횡무진 누비며 오빠부대의 성원에 답했다.
오빠부대의 항의전화가 없었다면, 그래서 신감독이 이상민을 주전으로 기용하지 않았다면, 97∼98프로농구 `최후의 승자'는 바뀌어 있을 지도 모른다.
[구동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