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 추적(15)

기사입력 1998년 04월 16일 16시 03분


"여기서 기다려"

운전사에게 말한 모리스는 차에서 내렸다.포트 사이드 바닷가의 아담한 레스토랑 앞이었다.뒤쪽으로 펼쳐진 지중해의 남빛 바다에는 서너척의 배가 떠 있었다.

모리스는 신장이 1미터 90에 가까웠고 넓은 어깨의 40대였다. 잿빛 머리에 푸른 눈동자가 맑은 호남이어서 여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선 그는 바다쪽 창가에 앉아있는 사내에게로 다가갔다.양복차림의 아랍인이었는데 모리스에 비교하면 왜소한 체격이었다.

앞자리에 앉은 모리스가 실크 손수건을 꺼내어 이마의 땀을 닦았다. "짐은 호텔에 그대로 두었소.핫산" "배는 두시간 후에 떠날거요"

핫산이라 불린 사재가 보석이 박힌 자신의 팔목시계를 힐끗 내려다 보았다."그동안 이곳에서 새우요리나 드시지.배에서는 양고기 뿐일테니까."

모리스가 식당을 둘러보았다. 오후 네시경이어서 식당 안에는 늦은 점심을 먹는 서너 테이블의 손님 뿐이었다.

"이젠 이집트에 발을 붙이지 못하겠군" 모리스가 혼잣소리처럼 말하고는 종업원을 불러맥주를 시켰다. "그놈들 때문에 백만불 가까운 거래가 취소되었다."

"이번일로 받은 수수료 만으로도 평생 먹고 살텐데 욕심이 많군. 당신은." 물잔을 든 핫산이 흰이를 드러내고 웃었다.그러자 모리스가 입맛을 다셨다.

"왈리드는 믿을만한 연락원이 아니었소. 핫산." "하무드가 왈리드를 알고 있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그런줄 알았다면 하무드를 진작 찾아없앴을텐데."

핫산의 이맛살도 찌푸렸다."하지만 걱정하지 마시오 .모리스. 당신만 사라지면 사건은 종결이 될테니까."

맥주를 두병 반쯤 마신 모리스가 식당을 나온 것은 그로부터 한 시간쯤 후였다.서쪽 수평선의 한뼘쯤 위에 걸린 태양빛으로 안쪽 바다는 하얗게 반짝이고 있었다.

레스토랑 현관에 선 모리스가 이맛살을 찌푸렸다.카이로에서붜 타고온 리무진이 모이지 않았던 것이다. 핫산이 그의 옆에 섰다."리무진은 돌려 보냈소,모리스"

그가 손짓을 하자 검정색 벤츠가 굴러와 섰다."아마 리무진은 카이로 교외의 어느 곳에 버려질거요.운전사의 시체와 함께."

놀란듯 눈을 크게 뜬 모리스는 핫산과 함꼐 뒷좌석에 올랐다 앞좌석에는 두사내가 타고 있었다."핫산.그렇게 된다면 내가 운전사를 살해한것이 되지 않소?"

그러자 핫산이 빙긋 웃었다."아니,뒷좌석에서도 시체가 나올거요.당신과 비슷한 체격의 불탄시체가."

"…" "사고로 운전사와 함께 불에 탄 것으로 할거요" 벤츠는 해변도로를 속력을 내어 달려갔다.이십분쯤 달린 벤프가 멈춘 곳은 인적이 없는 선착장 앞이었다.

선착장 표시는 떼어졌고 단층 건물의 문에는 못질이 되어있는 폐 선착장이다.모리스는 핫산을 따라 차에서 내렸다. 짐이라고는 손가방 한개 뿐이다.

"자.이곳에서 작별 합시다." 핫산이 웃는 얼굴로 말하자 모리스가 바다쪽을 둘러보았다.

"배는?" 그러자 핫산이 다시 웃었다. "너는 이곳 바닷속에 묻히는 거야. 모리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