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꿈의 롤스로이스' 중고시장 나왔다
기사입력 1998년 04월 16일 15시 42분
세계적인 명차 롤스로이스가 중고차 시장에 나왔다.
비틀스와 함께 `영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롤스로이스가 서울 강남의 수입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나와 새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 차는 현재 국내에서 운행되고 있는 8대 가운데 한대로 지난 95년 12월 재일교포 사업가 오모씨(50)가 수입대행사 인치케이프를 통해 구입했었다.
차명은 `실버스퍼Ⅲ'로 디자인은 지난 80년 파리모터쇼에 첫선을 보였던 것과 똑같은 고전적인 스타일.
당시 오씨는 차값 3억500만원과 등록세 공채 취득세 등 세금을 포함해 약 3억7천만원을 주고 샀다.
외국에서는 `가보'로 대물림되다시피하는 롤스로이스가 중고차 시장에 나온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다.
판매를 맡고 있는 신안모터스 김영호 전무(47)는 "이달초 오씨의 측근으로 부터 차를 팔겠다는 전화를 받고 귀를 의심했다"면서 "미국 이민길에 가져갈 수 없어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차값을 1억2천만원으로 정한 신안은 10여명과 흥정을 벌이고 있는데 여의치 않을 경우 중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이 차의 제원은 배기량이 6,748cc(8기통), 길이 5,370㎜, 폭 1,887㎜, 높이 1,485㎜, 총중량 2,745㎏, 연비는 4.89㎞.
출고된지 3년째지만 `바깥 출입'을 거의 하지 않아 외상이 전혀 없고 주행거리도 9,820㎞에 불과하다.
새차라면 환율인상을 감안할 때 국내 최고급 승용차인 현대 다이너스티 리무진(4천950만원)의 9배에 달하는 4억5천만원 정도라는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현재 국내에 있는 모델은 7대가 `실버스퍼Ⅲ', 나머지 1대는 의류업체 (주)한섬이 소유하고 있는 롤스로이스의 마지막 오픈카인 `코니시'로 한섬은 고객 결혼식에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
나머지는 H그룹 조모회장과 D그룹 최모회장, 경주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최모씨와 서울 하얏트호텔 등이 귀빈 접대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철저히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다보니 1년 생산량이 2천여대에 불과한 이 차는 3겹의 차체와 천연나무인 장미문양의 우드그레인, 시트는 천연가죽으로 만들어져 안정성과 중후함이 배어나고 시속 100㎞ 이상으로 달려도 차체의 동요를 느낄 수 없어 `움직이는 궁전'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부품 하나하나의 가격도 상상을 초월하는데 선택사양인 냉장고 TV 네비게이션 전화기 등만 해도 국산 최고급 승용차보다 비싼 5천∼6천만원이고 소모품인 엔진오일(약 10만원)과 라이닝(34만∼38만원)의 가격은 국산품에 비해 최소 5배 이상이다.
영국을 상징하던 롤스로이스가 최근 독일의 자동차 회사인 BMW에 인수합병되는 시점에서 중고차 시장에까지 등장했다는 점에서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권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