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E메일에 덫을 놓아라'
기사입력 1998년 04월 15일 15시 22분
`E메일에 덫을 놓아라'.
컴퓨터 통신이 생활화되면서 종이와 펜 없이 기안과 결재 등을 할 수 있는 E메일의 쓰임새가 많아졌다.
그러나 E메일을 이용한 `사고'가 잦자 회사마다 관리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3월초 비닐제조업체 S사는 사내 E메일에 뜬 내용 때문에 발칵 뒤집어졌다.
어떤 직원이 동료의 컴퓨터를 이용해 `낮술을 많이 마신다', `편애를 한다', `패를 가른다', `욕을 심하게 한다' 등 이 회사 권기식 전무의 평소 행동을 비난한 것.
사장을 비롯한 전사원에게 배달된 이 `편지'는 출근시간을 훨씬 넘긴 오전 9시20분이 돼서야 전산실 직원들에 의해 삭제됐다.
물론 전직원이 E메일을 읽은 뒤였다.
컴퓨터 1대당 2∼3명이 이용하는데다 암호관리도 제대로 안돼 `범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으나 임직원들은 뒤늦게 개인암호를 모두 교체하는 등 법석을 떨기도 했다.
`E메일 도마'에 올랐던 권전무는 한달뒤 회사를 그만두고 말았다.
이 회사 김모（34）과장은 "이 사건으로 전직원이 컴퓨터 보안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며 "업무에만 이용되던 E메일이 또다른 얼굴을 가졌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지난 96년 10월엔 D그룹소속 프로야구단에서는 운영부 정모차장이 컴퓨터통신에 인맥과 학연 등 그룹내 모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개선책을 제시한 글을 띄우고 퇴사한 일도 있었다.
최근 프랑스의 르 피가로지는 유럽연합의 비밀문건을 인용, 미국과 영국이 전세계적인 첨단 통신망을 통해 경쟁국의 산업정보를 탐지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미국이 인터넷과 위성통신 등을 도청해 매월 약 1억건을 수집, 관리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
프랑스 전문가들은 기업의 계약내용이나 주요사업비밀을 전달하는 팩스, 인터넷, E메일 등 기존의 일반 통신망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전세계가 하나의 통신망으로 연결되는 `지구촌 사이버시대'.
그러나 편리는 또다른 부작용을 낳아 개인의 사생활이나 기밀정보가 언제 어디로 빠져 나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이기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