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 추적(14)

기사입력 1998년 04월 15일 15시 22분



워렌이 다시 얼굴을 찌푸렸다.

"요시에가 하무드 한테서 들었겠지. 우리보다 한 발 빠르다."

"왈리드가 하마니파의 정보원 이글일까요?"

피터슨이 묻자 워렌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럴 가능성이 있어. 왈리드가 자료를 받아 넘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놈들은 왈리드를 죽여 입을 막았어. 우린 다시 막혔다."

이미 이집트 정보국은 전 경찰력을 동원하여 일본 관광객까지 검문을 시작했다.

언론은 막았지만 경찰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방으로 요원 하나가 들어섰으므로 워렌은 머리를 들었다.

"보스, 한국대사관의 정대령 전@니다."

"정대령이?"

워렌이 요원을 바라보았다.

"이리 돌려."

전화기를 든 워렌은 긴장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목소리는 밝다.

"정대령, 파리에서 돌아왔다는 소식은 들었소."

"워렌, 지금 당장 만납시다."

정필수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은 그가 앞쪽의 피터슨을 바라보았다.

"대령, 무슨일이요?"

"요즘 일어나는 사건과 관계되는 일이요."

"좋소. 그럼 한시간 후에 알보르그 호텔에서."

전화기를 내려놓은 워렌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준석이 정대령에게 연락을 한 모양이다."

한국과 미국은 맹방이다. 정필수와 워렌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였던 것이다.

45분 후에 워렌과 정필수는 알보르그 호텔의 객실에서 마주앉아 있었다. 정필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성격대로 직선적이다.

"워렌씨, 이준석 대위가 K_7장치 사건에 말려 들었소."

와락 긴장한 워렌이 미처 대꾸 하기도 전에 그가 말을 이었다.

"그 놈은 이제 사건 핵심에 들어가 버렸소. 그리고 당신들의 추적을 받고 있겠지."

"대령, 차근차근 말해 주시오."

그러자 정필수가 버럭 성을 냈다.

"지금 말하고 있지않소? 듣기나 해요."

정필수가 이준석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마칠때까지 워렌은 듣기만 했다. 이야기를 마친 정필수가 워렌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준석을 건드리지 마시오. 워렌, 그리고 그 놈한테 씌워진 살인혐의를 벗겨 주시오. 그럼 그 놈더러 당신한테 협조 하라고 할테니까."

"이준석과 연락이 됩니까?"

"곧 연락이 올거요."

"지금 요시에와 함께 있겠지요?"

"그런 모양이요."

"어젯밤 왈리드가 총에 맞아 죽었소, 대령."

"왈리드가 누구요?"

다시 정필수가 눈을 부릅떴다.

"나는 그런 이름은 처음 듣는데."

"이준석이 말해주지 않던가요?"

"전혀."

그러자 입맛을 다신 워렌이 자리를 고쳐 앉았다. 정색한 표정이다.

"대령, 내 도움을 받으려면 그쪽 상황을 정확하게 알아야겠소. 이준석에게 나한테 직접 연락하도록 해주시오."

그가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내 직통전화요."

"그럼 약속 한겁니까?"

"최선을 다하지요."

그러자 정필수가 길게 숨을 뱉었다.

"그 놈은 녹록한 놈이 아니요, 워렌. 해병대 내 부하들 중에서 최고였소. 하지만 이유없는 살인은 안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