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문화인물] 전현아 '객석에 훈훈한 인정 전달'
기사입력 1998년 04월 15일 15시 22분
야무지고 당찬 연기로 새로운 연극 스타로 서서히 부상하고 있는 신세대 연극배우 전현아(26).
그녀는 최근 극단 신화가 서울 인간소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화제작 `땅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김태수 작, 김영수 연출)에서 호연을 펼치고 있다.
이 작품은 뚝섬에 위치한 한 목욕탕을 무대로, 서민들이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이룩하기 위해 눈물겨운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무대다. 전현아가 맡은 배역은 밥집 아줌마 진숙.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의고 산전수전을 다 겪은 여자죠. 거칠고 사나운 식당집 주인이지만, 목욕탕을 근거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려고 하죠".
진숙은 목욕탕 때밀이인 상우의 짝사랑을 받지만 구두닦이이자, 권투선수인 준호(김상중 최준용)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이들의 사랑은 극중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심리적인 묘사와 상황의 분위기로 은근한 달빛처럼 투영된다. 수채화같은 풍경이다.
특히 그는, 폭력배들의 불의에 맞서 준호가 불구자가 되지만 끝까지 병실에서 그를 지키는 사랑의 힘을 보여줘 객석을 숙연하게 만들면서 극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때밀이(김진만)와 부르는 이중창 `땅끝에…'도 인상깊다.
"서민들의 꿈과 희망이 주제죠. 아무리 어렵고 힘든 세상이라도 그들에겐 꿈이 있고 그 꿈을 실현시킬 자유가 있다는 거예요. 그런 세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보통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 소중해요."
전현아는 우리 연극계의 대표적인 배우 중의 한사람인 전무송의 딸로, 동국대 연극영화과 재학 중에 서울예술단의 뮤지컬 `님을 찾는 하늘소리'에 우륵의 수제자인 아미낭자로 출연, 첫선을 보였다.
이후 극단 맥토의 뮤지컬 `번데기'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는 체조선수 유민희로 출연, 톡톡튀는 감성연기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이어 현대극장의` 피터팬', 한양레퍼토리의 `해피 엔드'에도 출연했다.
극단 신화의 무대는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옥수동…'에서도 성폭력을 당한 채 그 상처를 속으로 인내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꿋꿋하게 지켜가는 밤무대 가수로 출연, 호연했다.
"다양한 배역을 해보고 싶어요. 어떤 역할에 국한된 연기자 보다는 주어진 배역을 무리없이 소화해낼 수 있는 폭넓은 연기자가 되는 게 꿈이에요. 전방위 연기자랄까…."
전현아는 이번 무대 연습중 목소리가 갈라지는 `성대결절'이란 진단을 받았다. 병원측은 목소리의 변형을 이유로 출연을 만류했으나 관객과의 약속을 저버릴수 없다는 생각에 출연을 고집했다.
배우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목소리가 잘못될 수 있다는 진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오히려 약간 허스키한 게 극중 인물인 진숙의 분위기에 가깝다"면서 자신을 위로했다.
현재 동국대 대학원 연극영화과에서 연기전공을 하고 있는 전현아는 "늘 관객과 함께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5월31일까지. (02) 923_2131
[박용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