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치] 선동열-이상훈 저울질 '행복한 고민'
기사입력 1998년 04월 15일 14시 49분
주니치 호시노 감독이 `준비된 계산'으로 선동열（35）을 향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빼들었다.
채찍은 `이상훈 카드'.
호시노 감독은 14일 스포츠닛폰과의 인터뷰에서 "벌써부터 아픈가. 마음이 문제다. 한국에서 투수가 온다는데 그때도 그럴 수 있을까"라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입단이 확정된 이상훈（27）을 들먹이며 `나고야 태양' 선동열의 속을 살살 긁어놓은 것.
프런트에서는 이상훈의 1군 등록에 대해 "저비스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올라올 것"이라고 하면서도 "선의 컨디션 저하에 대비해야 하지 않느냐"고 장단을 맞췄다.
이런 발언들은 선동열의 구위가 작년과 같은 150㎞대로의 페이스 회복이 더딘 것에 대해 강한 자극을 주기 위한 `엄포용'이라는 분석이다.
선동열은 작년 일본 프로야구 시즌 최다세이브（38개） 기록을 세운 올시즌 센트럴리그 구원왕 후보 `0순위'.
이상훈은 작년 한국에서 47세이브포인트의 시즌 최다기록을 세웠지만 마무리투수의 가장 강력한 주무기인 직구 스피드에서 뒤지고, 일본에서 쌓은 경험으로도 아직은 선동열을 능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발표된 이상훈의 인센티브의 내용도 승리, 투구횟수, 방어율 등 모두 선발투수의 기준으로 돼있다.
선동열도 이러한 눈치를 알고 있지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간다는 생각이다.
"나는 나이 때문에 내년이면 계약이 힘들 테지만 야구인생을 끝내는 순간까지 유종의 미를 거둘 결의는 확고하다"고 말한다.
호시노 감독이 준비한 당근은 `수호신'에 대한 끝없는 믿음.
지난 14일 도쿄돔 요미우리전에서 선동열이 9회말 홈런을 맞는 등 고전해도 끝까지 마운드를 맡겼다.
잠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벌써 3세이브포인트（1구원승 2세이브）.
호시노 감독의 `계산기 두드리기'의 결과가 궁금하다.
[도쿄=이준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