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화장실이'토론방' 됐다
기사입력 1998년 04월 15일 14시 49분
대학 화장실이 알찬 토론의 장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서강대 동아리연합회는 최근 화장실 내부의 칸막이 마다 낙서판과 토론판을 설치, 학생들이 용변을 보면서 일정 주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글로 표현하도록 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평소 생각해 왔던 것들, 가슴속에 간직해 왔던 혼자만의 뜻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학우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이다.
토론판에는 주제가 주어지며 1주일 단위로 바뀐다.
특히 그 주제는 세태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반응이 대단하다.
`새내기에게 들려주고픈 동아리생활에 대해', `정리해고, 그 대안은 없는가', `양심수 석방에 대한 이야기' 등 진정 마음을 기울여 생각해 볼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1주일 동안 학생들의 의견을 모은 낙서판과 토론판은 중앙게시판으로 진출, 전교생에게 읽힌다.
동아리연합회에서 주도하고 있는 이 행사의 취지는 `대학 토론문화의 부활'.
처음엔 동아리인들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던 만큼 토론판은 동아리방이 몰려있는 C관, 엠마오관, 체육관 등 3개 건물의 화장실에만 설치됐었다.
그러나 동아리활동을 하지 않는 학생들의 참여도 크게 늘고 있어 전 건물로 확산될 전망이다.
서강대 동아리연합회장 최형민군(3년)은 "학생들이 대자보 의견개진란에 자신의 생각을 쓰는 일이 자꾸만 줄어들어 새로운 방법을 찾다보니 화장실을 떠올리게 됐다"면서 "익명이 보장된다는 점을 학우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화여대 중앙대 등에도 `화장실토론판'이 마련돼 학생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있어 앞으로 화장실토론판은 대학가의 또다른 토론문화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엄기복 명예기자(서강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