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윤교수] 세월에 씻긴 미술품 '생명'불어넣기
기사입력 1998년 04월 15일 14시 49분
국내에서 공인받는 미술품 보존관리전문가 최명윤씨(51).
그의 인사동 연구소가 최근 한서대 보존관리 연구소가 됐다. 이번 신학기부터 한서대 신설 예술관리학과 보존관리 전임교수로 자리바꿈을 한 때문이다.
"국내최초로 생긴 우리 과를 `보존과학의 메카'로 만들고 싶습니다. 국내에서는 미술품 보존관리와 재료학에 무관심, 안타까웠습니다."
홍익대 응용미술학과를 마치고 프랑스로 유학, 6년간 파리에서 조형미술과 벽화, 보존관리를 공부한 후 개인연구소를 연지 12년. 그동안 그의 손으로 새생명을 얻은 회화작품만 약2천점.
이중섭 김환기 박서보 이응로 등 작고－원로화가에서부터 젊은 작가 작품까지 훼손작품은 거의 그의 손을 거쳤다.
"작가들은 대학에서 조형기법만 배우고 재료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우지 않아선지 작품의 수명에 대해서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요. 특히 현대미술에서 실험이 강해질수록 문제는 커지고 있어요."
`보존관리'란 미술품 재료사용법, 신소재개발과 미술품 관리, 손상그림의 수복까지를 일컫는다. 그러나 아직 국내미술계에서는 작가들조차 자신이 쓰는 미술재료가 얼마나 오래갈지 모른채 쓰고 있는 형편.
그러다보니 우리나라 회화작품은 대부분 5∼10년이면 조금씩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서양의 회화 수명이 200년이 기본인 것과는 큰 차이.
최교수는 "좋은 재료를 써야 오래 가는 좋은 작품이 된다"고 한다. 100호 크기 그림에서 지지체인 종이나 천이 건기 우기에 따라 5㎝나 팽창, 축소를 반복하다보니 지지체 위의 물감이 깨지는 것이나, 징코화이트를 아직도 밑칠 물감으로 쓰는 것, 어울리지 않는 물감군을 뒤섞어 쓰는 것 등을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다.
그에게는 학부학생 10명, 대학원생 4명이 배우고 있다. 전공과목을 `현대회화'와 `발굴유물' `문화재'로 삼분해 근현대회화와 민화 탱화 등은 그가 맡고, 발굴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 학예연구관인 안병찬씨를 겸임교수로, 정양모 관장을 초빙교수로 삼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주1회 수업을 하고 있다.
[이화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