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BMW-포르쉐-벤츠등 10대 한밤의 질주
기사입력 1998년 04월 14일 15시 01분
`KN（Knights' Night．기사들의 밤）'.
요즘 장안에 화제를 뿌리고 있는 국내 최고의 폭주족이다.
폭주족이라고 하면 요란한 오토바이를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이들은 자동차로 벼락같이 도로를 누빈다.
지난 2월 중순 경춘가도에서 그들을 목격, 얘기까지 나눈 한 PC통신 이용자가 당시의 생생한 상황을 통신에 띄우면서 알려지게 된 KN은 장비의 규모면에서 입이 딱 벌어지게 한다.
하얀색 BMW 850, 빨간색 포르쉐 911, 하얀색과 검정색 코벳, 검정색 BMW 750IL, 하얀색 세빌 STS, 검정색 벤츠SL 600, 보라색 BMW M3….
한결같이 뒤 범퍼 아래쪽에 `KN'이란 마크를 붙이고 있는데, 웬만한 사람들은 들어보지 못한 차들도 많다.
가격도 세빌을 제외하고는 모두 억원대로, SL 600의 경우 1억8천만원에 이른다.
게다가 수 천만원씩 들여 개조, 실제 가격은 훨씬 더 비싸다.
하얀색 BMW 850의 경우 개조비만 5천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따라서 총 10명으로 구성된 KN이 한 번 행차를 하는데 동원되는 차량의 가격을 다 합하면 15억원이 넘는 셈이다.
특히 BMW 750IL에는 탱크의 포신 만큼이나 거대한 머플러가 장착되어 있었다고 한 목격자는 기술했다.
국내에는 없는 것으로 알려진 디아블로 SE Jota도 조만간 들여올 예정이란다.
KN은 폭주족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스피드도 엄청나다.
서울_강릉간 230㎞의 주파속도가 1시간 40분.
군데군데 단차선으로 되어 있는 데다 공사현장이 많은 이 구간을 시속 138㎞로 `쐈다'는 얘기다.
장애물이 없는 경부고속도로였다면 평균시속 180㎞ 이상은 나왔음직한 속도다.
포르쉐 911의 경우 최고시속이 310㎞라고 하니 이 정도는 워밍업에 불과한 셈이다.
여자도 1명 포함돼 있는 KN의 회원은 2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까지로 연령층이 다양하며 서울 강남에서 호프집을 경영하는 개인사업자와 변호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주로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이들을 목격한 사람들의 표현도 다양하다.
경기도 양평 부근 도로상에서 그들의 질주를 목격했다는 한 PC통신 이용자는 "태어나서 그렇게 호화스런 차들은 처음 봤다. 그들이 지나갈 때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진동을 느꼈다"고 당시의 상황을 회고했다.
또 어떤 이는 "항공모함이 지나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며 그 굉음을 되뇌었다.
영동고속도로 소사휴게소에서 그들과 얘기를 나눈 한 통신인에 따르면 회원가입 자격이 `도시간 이동속도 50％ 단축'이다.
즉 4시간 이상 걸리는 서울∼강릉 구간을 1시간50분 이내에 주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