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를세운사람들](2)추승균 -'어머니의 천일기도'
기사입력 1998년 04월 14일 14시 44분
정규리그를 마치자마자 현대의 미들슈터 추승균（24）에게 명령이 떨어졌다.
플레이오프에서 기아의 허 재와 강동희 김영만 등 가드진을 대적하려면 조성원 말고 또 한명의 3점슈터가 필요하니 3점슛을 연마하라는 신선우 감독의 주문이었다.
미들슛에만 길들여져 있던 추승균이 하루 아침에 슛거리를 늘린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정규리그가 끝나고 플레이오프를 위해 재충전이 필요할 시기에 슛거리를 조정하라는 얘기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라'는 말과 똑같았다.
플레이오프전까지 동료들은 워밍업을 하며 12일간의 휴일을 즐겼지만 추승균에겐 전혀 쉴 겨를이 없었다.
저녁식사를 마친 뒤 동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시간 추승균은 혼자서 숙소를 빠져나와 땅거미가 드리운 체육관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슛거리를 늘리기 위해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볼을 던지고 또 던졌다.
"슛 하나를 쏠 때마다 저를 위해 천일기도를 드리고 있을 어머니를 떠올렸어요."
그랬다. 추승균은 13년전 남편을 여의고 부산에서 홀로 살림을 꾸려가는 어머니 최춘자씨（51）를 떠올리며 텅빈 플로어에서 느껴지는 적막감을 달랬다.
12일 동안 땀으로 범벅이 된 자신과의 싸움. 어머니가 부산 성불암에서 108배를 하며 천일기도를 올리는 사이 허공에 볼을 뿌려대던 추승균은 마침내 챔피언결정전에선 붓을 가리지 않는 명필처럼 미들슛과 3점슛을 가리지 않는 명슈터로 거듭날 수 있었다.
현대가 우승하던 날 인터뷰에서 추승균이 밝힌 소감의 첫마디는 "어머니, 사랑해요"였다.
[구동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