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이세돌 2단●최명훈 6단
기사입력 1998년 04월 14일 14시 44분
총보(1∼227)＝초반의 하이라이트는 흑 21 신수다. 실전에 처음 선보이는 수인데 유력했다는 평. 최 6단의 평소 연구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흑 31이 실리에 집착한 수. 흑 29로 끊은 이상 138의 곳에 두어 살았어야 중앙싸움에서 힘을 낼 수 있었다.
백 32 이하 싸움은 백이 주도권을 쥔 모습. 그러나 백도 52가 과했다. 140의 곳으로 유연하게 공격할 자리. 엷음은 상대의 반격을 유발하게 마련. 흑 53 이하 백의 엷음을 추궁하면서 71까지 알기쉽게 하변을 수습해서는 백으로서 한 게 없는 모습이다.
그런데 흑 73이 고전을 예고한 방향착오. 78에 두고 백 81, 흑 100으로 처리했어야 분규도 없었고 편했다. 흑 95도 미지근한 수. 96에 이단젖혀 강력히 싸움을 불사해야 할 자리. 흑 115, 117은 119의 곳에 선제공격했어야 국면의 주도권을 쥘 수 있었다.
연이어 흑 125도 독단의 수. 126의 곳에 무조건 뻗을 자리였다. 130까지 백 호조의 국면.
흑 131은 먼저 139에 응수를 물을 곳. 그런데 흑 139 때 백 140이 손따라 둔 실착으로 흑 131이 전화위복이 되고 있다. 백 142, 144 보강이 불가피할 때 대망의 145의 곳을 흑이 선착하니 백으로선 그동안 벌었던 우세를 한꺼번에 잃고 만다.
백 140으로는 `가'로 잡고 흑 140 때 145의 곳에 선착했어야 우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최후의 패착은 백 162. `나'로 젖혀 흑 163, 백 `다'로 최후의 승부수를 띄워야 했던 것. 흑 163이 승착으로 흑 승이 확정됐다.
이 판은 두 대국자 모두 `1분 초읽기'에 몰리며 열전을 벌인 대국. 특히 속기파 이 초단이 제한시간을 모두 소비한 것은 드물다. 그만큼 이 대국에 승부욕을 불태웠으나 아직 최 6단의 벽은 높음을 실감해야 했다. 특히 평소 이 초단답지 않게 중반 이후 무기력함을 보이며 최 6단에게 그대로 밀려버린 한판이었다.
이로써 최 6단은 제1, 2기에 이어 3년연속 본선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제1기 땐 본선 1회전에서 조훈현 9단에게, 제2기엔 본선 8강전에서 이창호 9단에게 각각 좌절을 맛봤는데 이번기에 과연 그 벽들을 넘을 수 있을 지 지켜보자. 184．187＝128, 185＝180의 자리.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