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 추적(13)
기사입력 1998년 04월 14일 14시 44분
에드다르브 알아흐마르 지구로 숙소를 옮긴 것은 그날 아침 여섯시경이었다.
가네다는 총상을 입었지만 원기왕성했다.
본부에 보고를 해서 가또와 시노하라라는 두명의 요원이 증원되었는데 모리스를 잡으려는 것이다.
이곳 숙소에는 TV도 있었으므로 아침 일찍부터 TV를 켜 놓았지만 어젯밤의 사건은 보도되지 않았다.
"대위, 이집트 정보당국도 사건의 윤곽을 알고 있다고 봐야 됩니다."
응접실에 모여앉자 가네다가 말했다.
간밤에 한숨도 자지 못한 터이라 눈에 핏발이 서 있었다.
"CIA도 물론이고 각국의 정보기관도 마찬가지요. 왈리드가 룩소르 버스 폭파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 이미 밝혀졌을 겁니다."
가네다의 표정은 필사적이었다. 부하 세명은 소지품이 전혀 없었으므로 쓰레기 처럼 이곳에 묻혀질 것이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모리스도 이제 눈치를 채었을테니 손을 쓰기전에 서둘러야 됩니다."
그가 이준석을 대하는 태도는 엊저녁과는 완연히 달라져 있었다.
가토가 서둘러 응접실로 들어섰다.
"조장, 모리스는 10시에 호텔 리무진을 예약했습니다. 오후 6시까지인데 행선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오전 8시 30분이었다. 머리를 끄덕인 가네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장거리를 뛸 모양이군. 잘 됐다."
응접실을 나온 이준석은 화장실에서 찬물로 샤워를 했다. 하룻밤을 꼬박 샜지만 이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그가 화장실을 나왔을때 요시에가 다가와 섰다.
두 손에는 옷가지를 받쳐들고 있었다.
"옷 갈아 입으세요."
시선이 마주치자 그녀는 머리를 돌렸다.
"체격이 비슷한 시노하라씨 한테서 빌렸어요."
"고맙소."
며칠째 옷을 갈아 입지도 못한 이준석이다. 요시에는 팬티와 양말까지 새것으로 가져온 것이다.
방에서 밝은색 셔츠에 여름 양복으로 갈아입고 나오자 요시에는 아직도 그자리에 서 있었다.
"저, 제가 잘못한 것일까요?"
주위에는 사람이 없었으나 요시에가 소리죽여 물었다.
그녀의 시선을 받은 이준석이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천오백만불 이야기를 하는거요?"
"아녜요."
그녀가 급하게 머리를 저었다.
"전 당신 혼자서는 무리라고 생각했어요."
"그건 그렇소."
한걸음 다가간 이준석이 그녀의 반듯한 콧날을 내려다 보았다.
"당신한테는 나는 물론이고 가네다도 소모품일 뿐일테니까 원군이 많을수록 좋을거요."
이준석은 몸을 돌렸다.
CIA지국장 워렌은 앞에 앉은 피터슨을 찡그린 표정으로 보았다.
"죽은자들은 동양인 셋에 아랍인 셋이야. 게다가 왈리드까지 합하면 일곱이군."
"동양인 셋은 일본 정보국요원입니다. 아랍인 셋은 하마니파의 결사대인것 같습니다."
피터슨의 회색 눈동자는 고양이와 비슷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왈리드는 버스폭발 사건이 일어났을때 3일간 휴가를 갔습니다. 포트 사이드에 갔다지만 그 곳의 친척집에는 온 적이 없습니다."
"그럼 왈리드가 버스에서 내린 세 명중의 하나로군."
"일본정보국이 먼저 손을 쓴것 입니다."
피터슨이 손으로 총을 쏘는 시늉을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