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청춘일기] 김선아(5) 카레는 'NO'
기사입력 1998년 04월 14일 14시 44분
중학교를 마친 후 한국인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고등학교 때 난 배구에 푹 빠져 하루 하루를 보냈다. 국내외 배구 경기 테이프를 모두 구입,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봤으며 한국 배구단이 일본에 오기만 하면 모든 스케줄은 `자동 스톱'이었다. 친구들과 경기장에 몰려가 일본 응원단의 기를 팍팍 죽였으며, 선수단의 숙소까지 쫓아 가 사인을 받곤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진로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막연히 중국이나 미국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나는 과감히 미국행을 결정했다. 학교는 미국 인디애나 볼스테이트 대학. 전공은 피아노.
집안이 상당히 보수적인 편이라 내 결정은 환영을 받지 못했다. 엄마는 두 손 들고 반대를 하셨다.
그러나 `한번 칼을 뺐다하면 무라도 잘라야 하는' 김선아가 어찌 이에 굴하랴. 중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은 돈으로 수속을 밟고, 떠나기 하루 전날 부모님께 정식 통보를 했다.
난 상당히 독립심이 강한 편이다. 중학교 때부터 장난감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엔 카레전문점에서 6개월 동안 일했다. 일하는 동안 점심, 저녁을 다 카레로 때웠다. 처음엔 `앞으로 돈 주고 카레는 절대로 안 사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가끔 그때 카레 맛이 그리워지곤 한다.
부모님의 반대를 뿌리치고 시작한 미국생활은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었다.
다양한 문화가 조화를 이룬 볼스테이트 대학에서 예술을 사랑하는 친구들을 만나 자유로운 생활을 즐겼다. 그러던중 우연히 학교 홍보 광고에 출연하게 됐다. 그 광고는 학교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활동 제의를 여기저기서 받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스핀' 카달로그를 찍었고,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다가 끝내 귀국을 결정한 것이다.
어렸을 때 명절이면 난 사촌들과 즉석에서 대본을 만들어 어른들 앞에서 공연을 하곤 했다. 그때 `무대'에 올렸던 작품이 `이수일과 심순애' `춘향전' 등. 그때부터 키워왔던 연기에 대한 열정을 마음껏 펼쳐보기로 한 것이다.
한국에서 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도움을 받았다. 난 사실 대단한 인맥을 자랑한다. 일본에서 사귄 친구들, 선생님과 지금까지 연락을 하는 것은 물론 한국에 오자마자 114를 통해 번호를 수소문, 유치원 동창들의 전화번호까지 알아냈다.
[전상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