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훈기 관전평] 박찬호 '휴스턴 징크스' 자멸
기사입력 1998년 04월 14일 01시 59분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박찬호의 천적인가.
박찬호는 휴스턴과 역대 4차례 선발 대결을 벌여 3번이나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올 3번째 선발에서 박찬호는 경기를 힘들게 풀어갔다.
허리 부상이 부담돼 공을 뿌리는 동작이 어색했고, 밸런스도 흩어져 제구력이 계속 흔들렸다.
3타자를 4연속볼로 걸려 보냈고, 2회에는 상대 투수 할라마에게조차 볼넷을 허용해 실점을 자초했다.
4회에 한 타자도 못잡고 물러날 때까지 80구가운데 40개가 볼이었으니 제구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간다.
중요한 것은 공격적인 투구를 하지 못했다는 점.
직구 스피드는 최고 156㎞까지 나와 빠른 공에 강한 간판 제프 배그웰을 삼진으로 잡기도 했다.
그러나 과감한 승부보다는 계속 유인구를 던지는 소극적인 자세로 나가다 무너졌다.
정상 컨디션이 아닌데다 제구력마저 흔들리자 자신감을 잃고 변화구로 피하는 투구를 했고, 결국 볼 카운트에 몰려 가운데로 던지다 안타를 허용했다.
4번의 풀카운트에 볼넷을 4개나 내주는 루키 시절의 모습으로 되돌아간 꼴.
박찬호는 3경기 13⅔이닝으로 1경기 평균 5이닝도 채우지 못했으며 삼자범퇴는 한번뿐이었다.
갑작스런 위치 상승과 자신에 대한 큰 기대감이 박찬호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잡으며 공격적인 투구를 하던 97시즌 후반기의 정신자세를 되찾는 것이 `발등의 불'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