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 추적(12)
기사입력 1998년 04월 13일 13시 54분
가네다는 아파트의 문쪽으로 몸을 굴렸다. 그러자 다시 방바닥에 쓰러진 사내에 몸이 걸렸고 다시 소음기를 낀 총의 발사음이 났다.
"퍽！ 퍽！"
어깨에 화끈한 충격을 받은 그는 이를 갈았다.
"퍽！ 퍽！ 퍽！"
그도 발사음이 들린 쪽을 겨냥하여 쏘았고 가구가 총탄에 맞아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그 순간이었다. 침실쪽에서 희미한 불빛이 보이더니 불덩이가 응접실로 던져졌고 방안의 윤곽이 환하게 드러났다.
이준석이다. 마악 몸을 일으켰던 가네다는 앞쪽의 벽장 옆에서 당황하여 몸을 숙이는 한 사내를 보았다.
"퍽！ 퍽！"
그가 쏜 총에 머리와 가슴을 맞은 사내가 천장에 대고 총을 발사하면서 앞으로 넘어졌다.
아랍인이다.
"빌어먹을！"
가네다는 아파트의 입구로 달리면서 반듯이 누운 후지노리의 몸을 뛰어 넘었다.
천장을 향하고 있는 후지노리의 시선은 죽은 자의 것이었다.
단숨에 복도를 달려 계단을 뛰어내린 가네다의 뒤에 이준석이 따라 붙었다.
로비에 들어섰지만 경비실에 있어야 할 부하가 없다.
"뒷문으로！"
이준석이 소리쳤고 가네다가 마악 뒷문쪽으로 몸을 트는 순간이다. 로비의 귀퉁이에서 요란한 총성이 울렸다.
"타타타탕！"
기관총이다. 그들은 로비 바닥으로 몸을 굴렸다. 다시 반대쪽 모퉁이에서 권총의 연속 발사음이 났다.
이준석은 계단 옆쪽에 붙는 순간 몸을 틀어 기관총을 겨눈 사내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머리와 두 손만 내놓고 있던 사내가 손에 쥐었던 기관총을 떨어뜨리고는 벽 뒤쪽으로 모습을 감췄다.
그 기회를 타고 가네다가 이쪽으로 달려왔다.
이준석은 다른쪽 모퉁이를 향해 연속으로 쏘았다.
가네다가 뒷문으로 뛰쳐 나갔고 이준석도 뒤를 따랐다.
아브딘 지구의 저택에 들어선 것은 그로부터 30분쯤이 지난 새벽 두시경이었다.
요시에가 놀라 그들을 맞았으나 곧 집안에서 붕대를 찾아와 가네다의 어깨에 동여맸다. 다행이 가벼운 관통상이다.
"대위한테 은혜를 입었습니다."
가네다가 뱉듯이 말하고는 어금니를 물었다.
그가 지휘한 세명의 요원은 한사람도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다.
지휘자인 그만이 살아 돌아왔다.
"이집트 정보국에서 기다리고 있었던거요."
가네다가 말하자 이준석이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그들이 아닐 수도 있소. 싸드의 부하들인지도 모릅니다."
"싸드라니?"
"나와 요시에씨가 룩소르에서 만난 사람이요."
눈을 둥그렇게 뜬 그들에게 이준석은 오늘 낮의 사건을 말해 주었다.
그가 말을 마치자 가네다가 낮은 신음 소리를 냈다.
"그자가 우리에게 가장 근접해 있는 것같군요."
그가 요시에에게로 머리를 돌렸다.
"이곳을 떠나도록 합시다. 어쨌든 왈리드를 찾아낸 소득은 있었습니다." 그가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냈다.
"왈리드는 모리스의 안내역이었습니다. 그 놈은 우리한테 거짓말을 한겁니다."
"그럼 모리스가 자료를 가져간 것이오?"
이준석이 묻자 그는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였다.
"그 놈은 아직도 카이로에 있어요. 왈리드는 어제도 그 놈을 만났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