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도둑과의 두뇌싸움' 묘안백출
기사입력 1998년 04월 13일 13시 54분
`도둑과의 한판 승부.'
IMF 한파로 주택가에 강-절도 사고가 크게 늘어나자 이에 맞서 갖가지 기발한 방법으로 `재산 감추기'에 나선 가정들이 늘고 있다.
보존 방법은 재산 규모에 따라 다르다.
부유층 저택에서 흔히 택하는 방법은 카드키로 작동하는 대형 금고를 설치하는 것.
카드를 그어야만 열리게 돼 있는 이 금고는 시공비가 300만∼400만원으로 비싼 편이나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금고문을 열었을 경우 인근 파출소와 온라인으로 연결돼 있어 안전하다.
금고가 작을 경우 도둑이 들고 나갈 가능성도 있는만큼 아예 문보다 더 큰 금고를 설치해 바깥으로 갖고 나갈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는 가정도 있다.
또 어떤 부유층 가정에서는 `금고는 믿을 수가 없다'며 멀쩡한 집에 새로 기둥을 하나 세우기도 한다.
서울 강남의 한 인테리어 시공업체에 따르면, 기둥속에 귀중품과 함께 방부제인 나프탈렌을 넣어두면 감쪽같이 숨길 수 있다는 것.
이밖에 벽을 헐고 안에 소형 금고를 설치한 뒤 액자, 벽걸이, 어항, 장롱 등으로 가리는 방법도 있다고.
지난달부터 이 서비스를 실시한 금고제작업체 다원인터내셔널의 김 상 사장(42)은 "설치비 40만∼50원에 장롱으로 가릴 경우 도둑이 위치를 알아내어도 혼자 들어낼 수가 없어 안전하다"며 "남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은 귀중품을 소유한 가정에서 최근 주문이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난한 서민들은 액자, 앨범, 연필꽂이, 화장품케이스 등 생활용품이나 시계, 꽃병, 인형 등 인테리어 소품속에 귀중품을 분산 배치하는게 보통.
회사원 장성철씨(36．서울 중랑구 면목동)는 "신문지나 옷가지에 둘둘 말아 장롱이나 화장대 서랍속에 넣어두는 구태로는 도둑과의 두뇌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며 "IMF 시대에 따로 금고를 살 형편은 못된다고 보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 도둑의 허를 찌른다고 판단되는 곳에 귀중품을 나눠 숨겨놨다"고 털어놓았다.
[정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