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서정환감독 '동갑사령탑에 한수 배웠어요'
기사입력 1998년 04월 12일 15시 53분
★…감독으로 데뷔전을 치르는 기분은 어떨까.
지난 11일 롯데_삼성전이 열린 대구구장.
시즌 개막전이라는 것 말고도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이 경기가 올해부터 삼성 사령탑을 맡게 된 서정환감독（43）의 데뷔전이었다는 점이다.
선수, 코치로 감독의 지시를 받던 입장에서 벗어나 모든 명령을 내리고 작전을 구사할 수 있으며, 또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령탑으로서 치르는 첫 경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기전 서정환감독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했다.
"아무리 베테랑 선수라도 2∼3회까지 다리가 후들거리고 떨리는 게 개막전이죠. 그런데 감독으로 나서니까 오히려 긴장이 덜 되는 것 같은데요. 경기는 선수가 하는 거지, 감독이 하는 게 아니잖아요."
서감독의 `데뷔전 파트너'는 공교롭게도 롯데 김용희감독（43）.
둘은 70년대 실업야구팀인 포항제철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친구사이다.
야구동기지만 김용희감독이 지난 94년부터 롯데 지휘봉을 잡았으니 감독으론 `선배'격이다.
아무래도 4년동안 현장에서 지도자 수업을 쌓은 `감독 선배'의 실력이 더 나았는지 결과는 롯데의 5대0 완봉승.
꼭 4년전 대구 삼성과의 데뷔전에서 3대6으로 패한 김용희감독으로선 똑같은 곳에서 `초보운전'에 나선 친구에게 한 수 가르쳐 준 셈.
경기뒤 미팅에서 "감독이 잘못해서 진 것 같다. 여러분은 패배에 신경쓰지 말아라. 이제 126경기 가운데 1게임을 했을 뿐"이라고 선수들을 다독거린 서감독도 몇년뒤면 `초보감독'에게 한 수 가르쳐 줄 날이 오지 않을까.
[김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