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민] '인기여 잘있었느냐'
기사입력 1998년 04월 12일 15시 53분
벌써 몇년전. 가수 박상민(32．朴相民)은 영화 `레옹'을 봤다. 영화관을 나서는데 여기저기서 소곤대는 소리가 들렸다.
"얘, 저친구, 레옹아냐?" "야, 유사품치곤, 끔찍하게 비슷하다, 그지?" "유치하게, 흉내내긴...근데, 레옹이 쓴 둥근테 검은 안경하며, 턱수염 기른 것하고...기똥차군."
박상민은, 어이쿠, 싶었다. 쪽팔리는 게 우선 겁났다. 어느새 턱수염을 가렸지만, 막차는 떠난후였다.
박상민. 얼마전 제5집 앨범 `더 로드(The Road)-비원(悲願)'을 냈다. `비원'의 인기는 폭발적. 발매 20일만에 20여만장이 팔렸다.
`핼쓱한 모습이었지 말하기 조차 힘이 들어/침묵의 그 시간이 흘러간 뒤에 마지막으로 내게 하던 말...그 후론 그녀에게 어떤 아무런 소식조차 없죠...'
한국형 노래. 미디움 템포. 애조띤 마이너스곡으로 어쿠스틱 기타의 간주가 뛰어나다.
방송가. 몇몇 PD들은 말한다. "박상민은 `전천후 가수'다. 10∼50대까지, 남녀불문, 좋아들 하니말야."
박상민.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영양가(?)없는 수염이 나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그게 폼나는 거지만... 그땐, 고민이었다. `하느님, 어린양에게, 우째 이런 시련을...'
뿐인가? 고교때는 수염을 기른다는 이유만으로, 교무실의 단골손님. 때론 몽둥이로 얻어 맞기도 하고.
그러나 초지일관(初志一貫). 마침내 선생님들도 `박상민의 수염'은 양해사항으로 했다.
박상민. 경기 평택 태생. 중앙초등학교→한광중－고→홍익대 요업공학과 중퇴.
고교 2학년. 한광여고 강당에서 `고교 가요제'가 있었다. 관객의 대부분은 여고생. 박상민은 크리스 노먼과 수지 콰트로의 `스텀블린 인'을 감칠맛나게 불렀다.
무슨 소린지도 모르고. 그런데, 이후 스타덤(?)에 오른다. 평택의 `유명인사'가 된 것이다.
"노래는 타고 났던 것 같다. 여섯살때, 노래자랑대회에 나가 남진의 `님과 함께'를 불렀다. 상으로 쌀 1가마를 탔다. 이때부터 어머니 계모임엔 늘상 초대되는, 단골가수였다. 계꾼들 덕에 용돈(?)은 궁하지 않았다."
예순셋의 아버지. 지금도 평택에 산다. 상민의 얼굴이 신문에 뜨는 날이면, 아버지는 친구들의 봉이다. 술사주고 밥사주는, 물주가 되기 때문.
그리고, 상민의 기사가 실린 신문은 1백부쯤 사서 여기저기 뿌린다.
골때리던 고교생@박상민. 졸업후 대입시험에 에누리없이 실패. 4수끝에 홍대에 턱걸이 입학. 다운타운과 대학가를 누비며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늙은 신입생'은 이내 군인이 된다.
제대. 이후 2년간 청춘을 저당잡히고 노래에만 몰입.
83년. 스물여덟. 드디어 가수로 데뷔. 제1집 앨범 `스타트(Start)@빛바랜 시간 속에'. 록발라드 풍. 그러나 실패. 이후 동숭동 대학로에서 공연가수로만 붙박는다. 그러나 `주머니속의 송곳'은 삐져 나오게 마련.
슬슬 `박상민=가창력있는 가수'로 가수들 사이에서부터 각인된다.
이듬해. 제2집 `볼륨2(Volume)@멀어져간 사람아'가 빅히트. 역시 록발라드 풍. 50만장 이상이 팔린다.
행운은 겹쳐서 온다. 3집 `리턴 투 셀프(Return to self)@청바지 아가씨'도 빅히트. 빠른 댄스곡.
비로소 박상민은 확실하게 뜬다.
가수 박상민. 디스코, 발라드, 솔, 펑키, R&B 등 여러 장르의 음악을 `박상민 스타일'로 소화한다.
때론 애절하게, 더러는 거칠게, 절제를 통해 다양한 창법을 구사하고 있다.
MTV 드라마 `사랑'의 테마곡 `하나의 사랑'에선 육성과 가성을 교차시켜 애절함을 보탰다.
박상민. 언젠가 작곡가 길옥윤이 부르던 `이별'을 듣곤 그만 울고 말았다.
"뭐라, 말할 수 없는, 삶의 깊이를 느꼈다. 인생유전, 인생극장 같은 단어가 떠올라 하루종일 우울했다."
데뷔 얼마후. 누군가가 박상민에게 말했다.
"자넨, 분명히 노랠 잘해. 그런데, 페이소스가 없어. 앞으로 연애도 해보고...안된 소리지만 실연도 해봐."
이제사 `그 의미'를 알 것도 같다.
박상민. 영화광. 한동안 KBS라디오의 `0시의 스튜디오'에서 영화프로 소개도 했다.
STV 드라마 `순풍 산부인과'에선 야바위꾼역도 했다.
"영화배우도 되고 싶다. 영화 `쇼생크의 탈출'에서, 모간 프리먼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서병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