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고 김소진씨 1주기 '동행' 발간
기사입력 1998년 04월 12일 15시 53분
지난해 4월22일 서른넷의 나이로 세상을 뜬 소설가 김소진의 산문을 모은 `아버지의 미소'(솔출판사)와 미망인 함정임씨의 소설집 `동행'(강출판사)이 동시에 나왔다.
두 권의 책은 고인의 1주기를 맞아 나오게 됐다.
함씨의 소설집은 표제작 `동행'을 비롯, `내 마음의 석양' `말은 슬프다' `그리운 백마' `둥근 식탁' `병신 손가락' 등의 작품을 싣고 있다. 대부분 두 사람의 만남부터 사별까지의 얘기들을 소설로 담아낸 것들이다.
`메스꺼움을 가까스로 안으로 삭이며 내 몸이 그의 딱딱하게 부푼 배에 닿지 않도록 조심하며 나는 그의 볼에 내 볼을 가져다 대었다. 볼을 마주대고 있는 이 순간 세상이 정지해버리고, 그리하여 그도 나와 함께 영원으로 이어질 수는 없을까. 기적처럼, 전설처럼….'(`동행')
죽어가는 남편의 병상 옆에서, 함씨는 3개월된 생명을 몸안에 키우고 있었다. 운명의 장난처럼 한 생명이 떠나고 있었고, 한 생명이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자라던 생명이 먼저 길을 떠나 아버지에게 손짓했다. 얼마뒤 남은 한 생명도 아기의 뒤를 쫓았다. 날벼락같은 두 생명의 `동행'.
이렇게 두 생명을 떠나보낸 함씨는, 세상에 남은 두 생명인 자신과 아들 태형이 동무하여 손잡고 살겠노라 다짐한다.
그녀는 `동행'의 말미에 이렇게 적고 있다.
`태어나지 못한 불쌍한 아가야. 미처 너를 돌보지 못한 이 엄마를 용서해다오. 아빠가 떠날 낯설고 외로운 길, 길동무나 같이 하면 나 또한 태형이와 함께 평생 동무하며 살아갈 것이다. 내세를 기약하며 그동안 부디 편안하여라.'
`아버지의 미소'는 김소진이 대학 재학시절인 84년부터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쓴 산문들을 엮은 것이다. 습작기의 소설 시 산문 등의 글과 함께 작가의 사진 연보도 담았다.
한편 오는 22일 김소진의 1주기를 맞아 작가가 묻힌 경기도 용인 공원묘원에서는 함씨가 두 권의 책을 바치는 추모제를 연다.
[이승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