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대표 유남규] 소속팀 해체로 '동가식서가숙'
기사입력 1998년 04월 11일 03시 32분
"형, 오늘밤 잘데 있어?"
"괜찮다, 어디든지 가면 되겠지."
IMF 한파로 길거리에 나앉은 실직자들일까.
천만에 말씀, 명색이 국가대표 탁구팀의 '간판스타'라는 유남규(31)가 걱정스런 얼굴로 묻는 후배 김택수에게 한 대답이다.
지난 9일 오후 태릉선수촌.
이날 2차평가전을 끝낸 남녀 탁구 상비군 선수들은 지난 3개월간의 선수촌 합숙훈련을 끝내고 나간다는 해방감에 가뿐한 사복으로 갈아입고 한창 부산을 떠는 참.
탁구훈련장인 승리관 앞계단에 우두커니 앉은 유남규는 어이없는 걱정거리로 인상을 못 펴고 있었다. 몸을 담고 있던 동아증권팀이 지난해 12월 전격 해체되는 바람에 들어갈 숙소가 없어서다.
파트너 없이는 훈련을 할 수 없으니 부산집에 내려가거나 혼자 호텔방을 잡을 수도 없는 노릇.
이날밤 결국 유남규는 상비군중 유일한 기혼자인 후배 이철승의 도곡동 신혼집에 얼굴에 '철판'을 깔고 쳐들어갔다.
" 제가 중매를 섰는데 하룻밤 신세지는 거야 봐주겠죠."
탁구협회의 알선으로 10일부터 상무팀에서 숙식하며 훈련을 하게 되는 유남규는 이달말 상비군 재소집이 있을때까지 괜히 '눈칫밥'을 먹어야 할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서글프다.
[박진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