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야망(5)
기사입력 1998년 04월 09일 15시 24분
수지와 세라는 서로를 발견하자마자 곧바로 달려들었다.서로의 전력을 살피거나 눈치를 보는 '탐색전'조차 없었다.
이미 한번 붙어본 경험이 있는 데다 겁을 지에 먹을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성적 갈증이 해갈되지 않아 생긴 스트레스가 두 미녀를 투사로 만든 셈이다.
특히 지난번 싸움에서 사실살 판정패한 뒤 명예회복 기회를 노리던 수지는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수지로서는 세라와의 리턴매치가 그 만큼 절박했다.일단 기세로는 수지가 주도권을 쥔 셈이다.
'휙-'.독이 단단히 오른 수지의 발톱이 꽃냄새가 잔뜩 묻은 바람을 앙칼지게 가르자 세라의 뺨에서 피가 튀었다.5월의 사파리는 자극적이라는 것 말고는 모든게 상극인 2개의 물체로 얼룩졌다.
어찌보면 싸움을 벌이는 주인공이 예쁜 암사자라는 것부터 어울리지 않는 지도 몰랐다.
'어머니는 여자보다 강하다.'는 말도 있듯이 씨를 잉태해 어머니가 돼야 한다는 절박함은 자존심보다 더욱 절실했다.
이런 점에서 세라 역시 물러날 수 없는 싸움이었다.더구나 수지의 기습은 세라의 불 같은 투지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피는 모두를 흥분하게 만든다.특히 예쁜 얼굴이 망가졌다는 사실에 세라는 길길이 뛰었다.수지의 발톱이 또다시 세라의 가죽을 후벼팠다.수지는 초반의 좌우 훅이 성공한 기세를 몰아 세라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얼굴에 이어 가슴까지 수지의 공격은 거칠 게 없었다.마치 타이틀전에서 왕위를 빼앗긴 전 챔피언이 리턴매치를 상상하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 것처럼 수지는 예정된 공격을 착착 진행하는 듯했다.
세라도 뒤늦게 반격에 나섰으나 주먹이 허공만 가를 뿐이었다.오히려 수비가 허술해져 가슴까지 내준 셈이 됐다.
이제 수지의 승리는 기정사실로 보였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