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이세돌 초단●최명훈 6단
기사입력 1998년 04월 09일 13시 50분
제9보(118∼141)＝초반 중앙에서 시작된 전투는 하변에서 상변으로 그리고 우변으로 이어지더니 다시 우하귀를 거쳐 하변으로 옮겨오고 있다. 이곳 싸움이 사실 이 판의 하이라이트다.
즉 본보의 수순 하나 하나가 곧 승부와 직결될 만큼 중요하다는 얘긴데 피차 실수를 주고 받으며 국면은 더욱 혼미해진다. 그 허실을 추적해 보자.
백 18에 선점해서는 백으로서 위기를 일단 넘긴 셈. 그렇지만 전보에서 언급한 흑 19의 맥점이 여전히 통렬히 듣는다. 백 20은 어쩔 수 없고 이때 속수같지만 흑 21, 23으로 꾹꾹 눌러간 수가 예비된 수순으로 일단 하변 백 말을 차단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다음 순간 떨어진 흑 25는 속단에서 비롯된 소탐대실의 전형. 흑이 이 수를 둘 때는 백이 39로 받아줄 것을 기대한 듯하지만 눈 앞에 닥칠 위험이 뻔한데 그렇게 두어줄 프로가 있겠는가.
백 28이 싹싹한 변신으로 이젠 설령 흑 39로 끊어 위 쪽 백 5점을 잡더라도 하변에서 잃은 실리가 커 별게 아닌 모습. 따라서 흑 25로는 [참고도 1] 흑 1로 무조건 뻗고 백 2엔 흑 3으로 우하귀를 차지할 자리였다. 그랬으면 하변 백 말은 여전히 미생이라 뭔가 후수 가일수가 필요해 본보에 비해 흑의 대성공이었다.
흑 31은 좌하 백 말의 삶을 강요한 수. 실리적인 면만 고려한다면 당연히 [참고도 2] 흑 1로 두어 백 2로 삶을 강요할 곳이지만 그러면 흑 3, 5로 나가 백 5점을 잡을 수가 없다. 8다음 백 A, B가 맞보기.
그래서 백 36으로 살 때 흑 37, 절대선수를 두어 백 38 때 흑 39, 41을 두기 위함이었는데 흑의 수순에 중대한 문제점이 있었다.
[해설．김재구 8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