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 추적(9)
기사입력 1998년 04월 09일 13시 50분
가네다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일을 맡은 이상 대위는 우리에게 협조 해주셔야 겠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작전에 혼선이 있으면 안됩니다."
"내가 당신의 지시를 받으란 말인가?"
"당연히 그것이 대위의 목적에도 도움이 될것이오."
가네다의 다부진 표정을 바라보던 이준석이 요시에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렇다면 우선 당신과의 계약은 없었던것으로 합시다."
요시에는 시선을 돌렸다. 카페를 나온 그들은 가네다를 따라 아브딘 지구의 주택가에 있는 깨끗한 이층 저택으로 들어섰다.
응접실에 앉아있던 세 사내가 그들을 보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 요원들이오."
간단하게 그들을 소개한 가네다가 상석에 앉았다.
그가 지휘자인 모양이었다. 가네다가 이준석을 바라보았다.
"대위, 요시에씨 말을 들으면 오늘 왈리드를 조사한것 같은데 소득이 있었습니까?"
힐끔 요시에를 바라본 이준석이 머리를 끄덕였다.
"왈리드가 살고있는 아파트를 알아냈소."
"도키지구에 있는 아파트 말이오"
"그렇소."
"수단이 좋군요. 대위."
가네다가 단정한 입술끝을 올리며 웃었다.
"왈리드를 조회해 봤지만 전혀 의심이 갈만한 곳이 없었소. 재산이 많은것은 유산을 받았기 때문이오."
가네다의 눈짓을 받은 사내 하나가 탁자 위에 종이를 펼쳐 놓았다.
왈리드의 아파트 구조도와 주변 거리의 약도였다.
가네다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오늘밤 왈리드를 잡아 자백을 받을 계획이오.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놈은 그 놈 뿐이니까."
"나도 가겠소."
이준석이 가네다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왈리드를 찾아낸 내가 당신들을 통해 내막을 들을 이유는 없습니다."
"좋습니다. 같이 갑시다."
선선히 머리를 끄덕인 가네다가 손바닥으로 종이를 눌렀다.
"그럼 작전을 세웁시다."
새벽 1시가 되었을때 왈리드의 아파트에 불이 꺼졌다. 3층이어서 건너편 거리에 세워둔 차 안에서도 불이 켜져 있을때는 왈리드의 모습이 육안으로도 보였었다.
"자, 시작이다."
시계를 내려다본 가네다가 말하자 차 안에 있던 두 사내가 밖으로 나갔다.
가네다가 옆에 앉은 이준석에게 말했다.
"내 부하들은 특수훈련을 받은 전문가들이오."
시선이 마주치자 그는 빙긋 웃었다.
"물론 대위도 특수훈련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있소. 하지만 저런 경우는 다르지."
그가 턱으로 아파트를 가리켰다. 사내 한명이 아파트의 배수관을 타고 3층으로 오르고 있는 것이다.
주위는 짙은 어둠에 덮여 있는데다 인적이 드문 주택가였다.
아파트 벽면을 익숙하게 타고오른 사내가 베란다에 내려 섰을때 가네다는 차문을 열었다.
"자, 갑시다."
차에서 내린 그들은 곧장 길을 건너 아파트의 현관으로 들어섰다.
현관 안쪽의 경비실에 앉아있던 사내가 이쪽으로 머리를 돌렸는데 조금 전에 차에서 내린 사내였다.
그들이 계단을 올라 3층 복도로 들어서자 302호실 앞에도 가네다의 부하 한명이 기다리고 서 있었다.
문이 안쪽에서 열린 것은 그로부터 10초쯤 후였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