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청춘일기] 김선아(3) '오디션 봤다하면 쓴잔'
기사입력 1998년 04월 09일 13시 50분
97년 초 `미네라인' 모델 제의가 왔다. 마침 의상 CF를 찍고 싶었던 터라 신이 나서 달려갔는데 정작 나에게 돌아온 것은 같은 회사 제품인 `영에이지'. 새 모델을 찾고 있던 `영에이지' 측에서 나를 발탁한 것이다. 물론 좋기야 했지만 `라면 먹으러 갔다가 우동 먹고 나온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강렬한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영에이지' CF 또한 반응이 좋아 드라마 및 광고, 영화 출연 제의가 쇄도했다.
그러나 역시 인생은 새옹지마, 오디션을 봤다하면 미역국을 먹는 것이었다. `오버클래스 아이디'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어필하는 게 문제였다. 외국에서 자란 사람 특유의 부정확한 발음도 앞길을 가로막았다.
최종후보까지 올라갔다가 떨어지기 수차례. `국어 공부 좀 더 하고 와라'는 등의 원색적인 말을 듣기도 했다.
지난해 `섹시 마일드' 광고 오디션 때도 끝까지 올랐으나 전속 모델로 결정된 건 추상미 언니. 언니랑은 지금 `백기획'에서 한식구로 활동하며 가끔 그 때 그 시절을 농담같이 이야기하곤 하지만, 당시 나에겐 마음이 쓰리도록 아픈 경험이었다.
그 후 5∼6개월 동안 참 힘든 시간을 보냈다. 최종 명단에 올라갔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보나마나 다른 사람이 뽑힐 것"이라는 생각에 흥이 나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 살이 찌기 시작했다. 그때 약 4∼5㎏ 체중이 늘어났다. 한마디로 내우외환에 시달린 셈이다.
그러나 괴로워하며 방에 틀어박혀 방바닥만 긁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나는 상당히 낙천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일본과 미국에서 성장기를 보내면서 아무리 힘든 상황이 오더라도 웃음을 잃지 않는 방법을 배웠다. 김남주 언니, 이승환 오빠, 김장훈 오빠 등 `화려한' 인맥도 큰 힘이 됐다.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모든 것을 잊고 오직 순간에 집중하자'. 일주일에 한번씩은 나이트클럽에 찾아가 온갖 스트레스를 날려버렸다. 이때 술은 NO, 부킹은 절대 사절.
난 사람들을 스스럼없이 대하는 성격이라 단골집을 쉽게 만든다. 단골 나이트 클럽 웨이터 아저씨들과도 금방 친해졌다. 아저씨들은 집적거리는 남자들이 있어면 먼저 막아주는 등 든든한 보디가드 역할을 해주었다. 지금은 일 때문에 좀처럼 찾아가지 못하지만 그때 나에겐 `스트레스 제로'의 탈출구였다.
[전상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