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리] '여고괴담 아주 무섭다는 것만 알아두세요'
기사입력 1998년 04월 09일 13시 50분
김규리의 5월은 아직도 새벽안개처럼 뿌옇다.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중인 영화 `여고괴담'(박기형 감독．시네 2000 제작)의 개봉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전혀 영화에 관한 얘기를 털어놓지 않으며 안개작전으로 일관한다.
"개봉박두라는 얘기 외엔 할 말이 없다."
흔치않은 분위기의 영화라는 사실로 미뤄 짐작할 때 분명 근사한 뭔가가 있을법한 영화나들이인데도 김규리는 내숭으로 일관한다.
여고생이면서도 주로 발랄한 여대생역만 맡았던 김규리의 여고생 복귀는 이래서 팬들의 관심 대상.
실제로 김규리는 인기스타로 올라서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KBS `신고합니다'에서도 무용과 4학년 대학생 역할을 맡았었다.
`여고괴담'이란 영화의 출연제의가 들어왔을 때 김규리는 단번에 승낙했다. 순전히 여고생 역할이었기 때문. 그만큼 여대생 역에 익숙했다고나 할까.
현재 김규리는 경기여실고 3년에 재학중이다.
"여고생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이 별로 없잖아요. 이번 작품은 제가 여고생 역할을 하는 첫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이 될 거예요."
5월 개봉을 목표로 마지막 촬영만 남겨놓은 `여고괴담'은 여고교정을 배경으로 의문의 죽음과 핏빛 사연들을 펼쳐나가는 공포물.
김규리는 재학생 가운데 이상한 낌새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선지자적 인물인 여주인공 지오역을 맡았다. 학생들에게선 인기캡이지만 선생님에겐 완전히 찍힌 문제아. 특히 `미친개'로 불리는 담임 박용수에겐 단골로 매맞는 대상이다.
"개 패듯이 때린다는 말이 있잖아요. 제가 바로 개처럼 얻어터지는 역입니다. 영화를 보면 증명되겠지만 맞는 장면에선 정말 눈속임 없이 연기했어요."
김규리는 촬영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약바르고, 계란 마사지 하는 일이 습관이 됐다.
하지만 김규리는 `때리는 사람도 고생'이라고 오히려 박용수를 걱정해준다. 때리는 사람은 세게 치는 것 같으면서도 조금 덜 아프게 하려고 힘이 곱절로 들어가 촬영도중 박용수가 몸에 경련을 일으키고 쓰러진 일도 있었다는 것.
김규리는 맞는 장면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다가도 영화의 내용에 대한 부분에선 입을 굳게 다문다. 미스터리 공포물인 만큼 내용이 미리 알려지면 재미가 반감될 것이란 생각에서다.
촬영현장도 최대한 비공개로 했다. 서울 시내 모여고에서 주로 방과후와 일요일을 택해서 촬영을 했기 때문에 그 학교 학생조차도 김규리의 얼굴을 본 이가 몇 명 안될 것이라고.
강시가 나오는 영화는 빼놓지 않고 볼 정도로 공포물을 좋아한다는 김규리는 "오는 5월엔 사람들을 무섭게 해주겠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만 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