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축제] '참여하는' 축제로 확 달라졌다
기사입력 1998년 04월 09일 04시 18분
명동 축제가 달라졌다.
`전시하는' 축제가 `참여하는' 축제로 바뀐 것이다.
IMF 한파를 녹인 초여름 날씨가 이른 아침 보슬비로 한풀 꺾인 8일 정오. 고적대의 우렁찬 팡파르 소리와 함께 시작된 `제25회 명동 봄 축제'는 상업은행 앞 특설무대를 중심으로 이날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축제는 이어 매주 토, 일요일마다 재개돼 오는 26일까지 이어질 예정.
올 축제는 예전처럼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지는 못한다. 지난해와 같은 화려한 패션쇼는 아예 없다. 대학 응원단의 씩씩한 응원쇼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볼거리' 대신 `할거리'는 많다.
시민들은 우선 특설무대 오른편에 개설된 IMF 취업정보센터에서 구인-구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랑의 전화 취업정보센터에서 매일 200여개 업체의 `따끈따끈한' 구인 정보를 노무직, 사무직, 준전문직, 전문직 별로 구분해 일반에 공개한다.
시민들은 또 무대 왼편에 마련된 IMF 무료 미용실에서 한껏 멋을 내볼 수도 있다. 헤어아트 조희에서 파견된 2명의 헤어디자이너가 원하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무료로 머리를 깎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주부 임춘영씨(41．의정부시 금호동)는 "사촌동생과 지저분한 머리를 손질하려고 아침 일찍 명동을 찾았는데 때마침 공짜로 머리를 잘라준다는 곳이 있다고 해 주저없이 찾았다"고 말했다.
무대 뒤편의 IMF 무료 페인팅 코너에 가면 삐삐와 핸드폰에 깜찍한 캐릭터도 그려넣을 수 있다. 목마른 사람들은 11일부터 무대 앞편에 마련될 무료시음코너를 찾으면 하이트 맥주와 포카리스웨트를 실컷 마실 수 있다.
돈 때문에 결혼하지 못한 연인들은 무료 결혼식도 올릴 수 있다. 명동상가번영회는 26일 특설무대에서 무료 합동결혼식을 올려주기로 하고 19일까지 참가희망자를 접수하고 있다.
주례는 김장훈 상가번영회장. 메이크업, 웨딩드레스, 턱시도, 뷔케 등 결혼식에 필요한 일체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후원자를 섭외해 무료신혼여행을 보내주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올 명동 봄 축제의 주제는 `경제살리기 명동이 앞장선다'.
쇼핑객들에게는 알뜰 쇼핑의 기회를 주고, 실직자들에게는 재취업의 기회를 줘 겨우내 웃음을 잃은 명동 거리에 웃음을 되찾아주자는 것이다.
[정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