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공처가 쿨바 '아내를 위한 일이라면'
기사입력 1998년 04월 08일 15시 26분
★…영어에는 `공처가'란 말이 없다.
미국에는 공처가가 없다는 뜻?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미국 남편들은 으레 공처가, 혹은 애처가이기 때문에 특별히 따로 부를 말이 필요없는 것이 아닐까.
현대 스코트 쿨바（32）는 공처가다.
`반경 5천㎞내에 있지도 않은' 그의 아내 수잔 쿨바는 방금 건전지를 갈아끼운 리모컨처럼 쿨바의 일거수 일투족을 조종한다.
수잔은 지금 텍사스에서 아들 타일러（4） 딸 챈들러（1）와 함께 한국에 이사올 날을 손꼽고 있다.
그러나 인천 연수동 동남아파트, 바다가 내다 보이는 쿨바의 새 집에선 벌써 구석구석 안주인의 손길이 느껴진다니 웬일.
선택의 순간마다 국제전화를 해대는 쿨바 덕분이다.
가구 하나, 커튼 하나 결국 수잔이 고르지 않은 것이 없다.
일주일만에 얻은 꿀맛 휴식일인 8일에도 쿨바는 아내의 주문으로 바쁘다.
수잔이 사용할 노트북 컴퓨터가 이날의 목표.
컴맹의 안목이지만 쿨바는 통역 이준호씨를 졸라 서울 용산의 전자상가까지 원정 쇼핑을 나갔다.
현대는 당초 쿨바 가족의 입국 날짜를 다음달 2일로 잡았다.
그러나 쿨바는 도리질.
댈라스∼서울간 항공 노선의 타임테이블을 몽땅 모아다가 끙끙대더니 오는 29일 오전 6시에 도착하는 KAL을 골랐다.
대전과 대구원정 사이에 끼어있는 홈경기일이라 쿨바는 직접 마중을 나갈수 있다.
댈라스 출발 시각이 저녁이라 수잔과 아이들은 비행기를 타자마자 잠들수 있다.
꼼꼼하고 자상한 가장 덕분에.
[이승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