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훈기관전평] 초구 스트라이크 공격피칭 먹혔다
기사입력 1998년 04월 08일 15시 26분
역시 초구 스트라이크를 앞세운 공격적인 투구가 승패를 가르는 열쇠였다.
비교적 많은 안타（7개）를 맞으면서도 6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상대를 틀어막은 박찬호는 26명의 타자중 23명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지난 3일 세인트루이스전에서 25명의 타자를 맞아 9명에게 초구 볼로 뒤지며 힘겹게 이끌려간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은 변화구의 제구력.
총 80개의 투구중 32개의 변화구를 던졌는데 초구에 상대 타자들의 의표를 찌르는 변화구 스트라이크로 재미를 봤다.
언제든 커브나 체인지업을 스트라이크존에 꽂을 수 있다는 자신감은 불같은 강속구를 지닌 박찬호에게는 용에 여의주를 물려주는 격.
스피드의 차이가 큰 체인지업과 직구, 그리고 중간 스피드의 낙찬 큰 커브 등을 섞어 던지자 상대 타자들은 수읽기에서 몰리며 허둥댔다.
왼손 타석에 5명의 타자들이 들어섰지만 박찬호는 상대 타자들을 미리 파악하고 오히려 강공을 펼치는 두뇌 피칭도 뛰어났다.
다이아몬드백스의 좌타자들은 대체적으로 인코너 낮은 공을 잘치는데 박찬호는 아웃 코너로 비켜가기 보다는 인코너를 찌르돼 높은 공으로 헛스윙이나 쉬운 플라이볼을 유도했다.
안타를 7개나 맞은 것은 비교적 운이 따르지 않았기 때문.
3회초 디본 화이트는 높은 공을 피하려다 방망이에 맞은 공이 안타가 됐고, 2회초 패브리가스의 평범한 중전안타는 중견수 허바드가 낙하 지점을 잘못 판단해 주자가 3루까지 뛰는 실책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계속 주자를 내보내면서도 허둥대지 않는 관록은 확실히 작년의 박찬호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경기 전부터 등이 약간 쑤셨기 때문인지 강속구의 위력이 평소보다 덜해 보였으나 꼭 필요한 순간에는 전력 투구로 삼진을 잡는 등 뛰어난 집중력을 과시했다.
등부상은 심각하지 않다는 의사의 진단이 나왔으나 하루 이틀 지나봐야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여 13일 휴스턴전 등판이 걱정이 되기도 한다.
[LA=민훈기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