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특정장르의 해' 지정 '무용론 대두'
기사입력 1998년 04월 08일 15시 26분
정부가 문예진흥기금 10억원을 지원하는 특정 문화예술 장르의 해에 대한 무용론(無用論)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91년 `연극영화의 해'로 시작한 특정 장르의 해는 `춤의 해'`출판의 해'`국악의 해'`미술의 해'`문화유산의 해' 등으로 이어져 올해 `사진영상의 해'가 됐다.
그러나 특정 장르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국민의 인식을 전환시킨다는 초창기의 열기와 의미는 퇴색해 버린지 오래라는 지적.
더구나 주무부처인 문화부도 몇개월 앞두고 지정, 정상적인 운영을 어렵게 하는데다, 기금 운영을 둘러싸고 내분이 일기 일쑤여서 오히려 특정 장르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일도 더러 있었다.
`사진영상의 해'인 올해 행사에 대한 비판도 예외는 아니다. 처음에 `혹시나'했던 문화예술인들은 `역시나'하며 실망하고 있다.
국내 내로라하는 대부분의 사진작가들은 소외된채 아마추어사진작가들의 모임인 한국사진가협회를 중심으로 영업사진관을 운영하는 대한프로사진가협회가 주축이 돼있는 것.
중견사진작가인 주명덕씨는 "이런 행사 자체가 문화콤플렉스에서 나온 것 아닌가. 문화가 갑자기 발전된다는 발상부터 잘못"이라는 비판적 의견이고, 국내외에서 활동중인 구본창씨 역시 "사진예술의 깊이와 멋을 감상할 바람직한 전시하나 없이 행사성 위주로 치러지는 것이 아쉽다"고 토로한다.
`사진영상의 해'의 경우 가장 큰 문제점은 방향성이 부재하다는 것. 사진영상의 해가 선포된지 3개월이 흘렀지만 아직 가시적인 행사가 없는데다 준비중인 행사들도 규모가 큰 단체 위주로, 그들이 줄곧해온 구태의연한 아이템이 행사를 선점한채 흘러가고 있는 것.
대표적 예가 적극적인 남북교류 노력없이 기존의 전시대로 치러질 `남북산하사진전'(9월 세종문화회관전시장)과 축제라기보다 공모전 형식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전국민사진축제'(5월∼11월. 11월 세종문화회관 전시).
또 조직위가 역점사업으로 내세워온 사진박물관 건립 역시 몇년 사이에는 기금마련이 어려울듯한 `박물관 건물 신축'에만 신경을 썼지, 정작 구비돼야할 `사진작품'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어 안타까움을 준다.
한편 주목되는 전시중 하나인 `한국사진역사전'(11월 예술의 전당)도 진행자와 조직위 구성원간의 알력, 예산부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