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음기획] '간판도 빌려드립니다'
기사입력 1998년 04월 07일 16시 03분
"간판을 반값에 달아드립니다."
간판을 제작－임대하는 업체가 생겨 화제다.
경기도 파주의 （주）밝음기획（0348－943－8998）.
크기에 따라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 수천만원에 이르는 간판을 재료값만 받고 임대, 사용한 기간 만큼만 돈을 받는다.
간판의 재료값은 정가의 50％ 정도.
소비자는 나머지 50％를 계약기간인 36개월 동안 이자없이 매월 사용료만 내면 된다.
따라서 200만원짜리 간판을 주문한 업주의 경우 100만원만 내고 간판을 설치한 뒤 나머지 100만원은 36개월로 나눠 월 2만7천800원 정도를 내는 것이다.
6개월간 장사를 하다가 문을 닫게 됐을 경우 그것으로 계약은 종료되기 때문에 손해볼 일은 아예 없다.
뿐만 아니라 밝음기획에서는 고객들의 간판철거까지 무상으로 해준다.
사실 간판은 설치할 때도 그렇지만 철거할 때도 목돈이 든다.
간판 하나를 철거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3명의 인력이 필요한 데다 높이에 따라 크레인까지 동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가격만도 최하 30만원은 먹힌다.
IMF시대 들어 `간판따로, 장사따로' 업체가 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작비도 비싸고 철거비도 비싼 만큼 간판은 내팽개쳐 둔 채 업주와 업종만 바꾸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밝음기획은 뭘 먹고사나?
답은 `재활용'에 있다.
주로 알루미늄으로 된 간판의 뼈대는 반영구적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재활용이 가능하다.
바로 거기에 돈이 있다.
결국 밝음기획은 간판의 무상철거로 고객에게 혜택을 주고, 자신들은 그 간판을 재활용해 이문을 남기고, 또 재활용한 간판을 제3의 업주에게 더욱더 싼 가격으로 임대해 주는 것이다.
한마디로 일석삼조다.
밝음기획이 `간판임대'를 시작한 것은 지난달 25일.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벌써부터 주문이 쇄도한단다.
밝음기획의 박종석 사장（39）은 "재활용간판이 일반화 된다면 간판가격은 지금의 절반 정도로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사장은 앞으로 간판의 무상철거를 비고객에게까지 확대할 작정이다.
[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