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여름날씨, 란제리룩-배꼽티 차림 등장
기사입력 1998년 04월 07일 16시 03분
초여름 날씨가 `IMF 한파'를 녹여 버렸다.
6일 낮 서울지역의 최고 기온이 25.1도까지 올라가자 거리에는 한 여름에 유행하는 반팔패션이 등장했다.
또 시내 백화점의 가전제품 매장에는 냉방용품을 찾는 사람들로 붐볐고 동네 슈퍼마켓에는 빙과나 청량음료를 찾는 손님들로 성업을 이뤘다.
롯데제과와 해태제과 등 빙과류 제조업체에 따르면 이날 빙과류 매출은 평소보다 40∼50％ 가량 늘어났다.
롯데제과의 경우 평소 17만개씩 팔리던 월드콘이 이날 23만개가 나갔고 스쿠류바 20만개, 조스바도 17만5천개가 팔렸다.
롯데제과 홍보팀의 안성근씨（35）는 "4월은 비수기인데 초여름 날씨 덕분에 매출이 크게 늘었다"며 "IMF 시대에 날씨가 효자"라고 좋아했다.
해태음료와 롯데칠성 등 음료업체도 이날 하루 평균 매출이 평소보다 20％이상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해태음료의 경우 `갈아만든 배'가 서울지역에서만 평소보다 18만 캔이 더 많은 42만캔이 팔렸고 `깜찍이소다'는 60만캔이 나갔다.
시내 백화점 에어컨 매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삼성, LG 등 가전업체가 지난달부터 10∼20％의 할인율을 내걸고 예약판매에 나섰으나 매기가 없어 한산하던 매장에 갑자기 사람들로 붐볐다.
미도파백화점 상계점의 경우 이날 하루동안 판 에어컨은 5대.
3월 한달동안 10만원대의 PCS폰을 사은품으로 내걸었지만 고작 28대를 팔았던 것과 비교하면 날씨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서울 신촌의 그레이스백화점에서는 선풍기를 10대나 팔았다.
이같은 기록은 올들어 처음이다.
이 백화점 판매담당 김기찬 대리（30）는 "이날 하루동안 에어컨을 8대나 팔았다"며 "상담 문의도 20여건이 넘어서 IMF 한파가 잠시 물러간 것 같다"고 말했다.
초여름 날씨는 젊은 남녀의 옷차림도 바꾸어 놓았다.
이날 낮 인천 월미도에는 란제리룩 차림의 여성이 나타났는가 하면 서울 압구정동에는 배꼽티 차림의 멋쟁이 아가씨들이 거리를 활보해 지나는 사람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했다.
기상청은 예년보다 10도 이상 높은 초여름 날씨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계절 파괴 신드롬'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강병원 기자]
◇6일 낮 인천 월미도에 란제리룩 차림의 여성들이 나타나 때이른 초여름 날씨를 즐기고 있다. X김재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