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 추적(7)
기사입력 1998년 04월 07일 16시 03분
순간 이준석은 바로 옆쪽의 골목으로 몸을 돌려 달렸다.
골목은 좁았지만 옆으로 휘어졌다. 이십미터쯤 달린 그가 막 오른쪽으로 꺾어졌을 때였다.
그는 와락 덮쳐오는 사내의 얼굴을 보았다. 그의 뒤에는 두명의 사내가 따르고 있다.
거리는 이미터도 안되었고 사내의 부릅뜬 눈의 핏줄까지 보였다.
이준석은 달리는 자세 그대로 몸만 낮추고는 사내의 뻗쳐온 팔을 쳐 내면서 수도로 목을 찔렀다.
"컥."
소리와 함께 사내가 몸을 굳힌 순간, 뒤쪽 사내가 겨눈 권총이 바로 눈 앞에 떠 있었다.
이준석이 몸을 날렸고 사내의 권총도 요란한 총성을 내며 발사되었다.
이준석의 주먹에 양미간을 채인 사내가 뒤로 넘어지면서 뒤쪽 사내와 부딪쳤다.
그 순간 몸을 세운 이준석이 발길을 날렸다.
사내가 몸을 틀어 피했으나 무서운 속도로 후려쳐진 이준석의 수도가 사내의 뒷머리를 쳤다.
몸을 세운 이준석은 다시 달렸다. 골목의 끝은 알 수 없었지만 이쪽만이 유일한 탈출구인 것이다.
골목을 오분쯤 이리저리 틀며 달린 후에야 거리의 소음이 들렸다.
가쁜 숨을 억누르며 그가 골목에서 거리로 나왔다. 이곳은 알무이즈 거리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주택가였다.
그러나 이준석이 거리나 위치를 알리가 없다. 그는 앞쪽에 주차하고 있는 검정색 택시로 다가갔다.
그가 오르자 택시는 곧 발진했다. 운전사는 아직 뒷모습만 보이고 있다.
이준석은 옆구리의 바지속에 꽂아두었던 베레타를 꺼내 쥐었다.
"이봐."
그는 총구를 운전사의 목덜미에 대었다. 그러자 운전사가 퍼뜩 시선을 들어 백미러를 보았다.
검은 피부의 아랍인으로 눈매가 날카로웠다.
"나일 힐튼으로 가자."
"손님, 왜 이러시는 겁니까?"
운전사가 유창한 영어로 물었으므로 이준석은 쓴 웃음을 지었다.
"넌 날 기다리고 있었어."
"예.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속력을 내라."
이준석이 총구로 사내의 목덜미를 찔렀다.
차가 속력을 떨어 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차는 와락 속력을 내더니 광장을 우회전했다.
이준석은 어금니를 물었다. 위치를 알 수 없었던 것이다.
택시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자 운전사가 백미러로 시선을 주었다.
"사드의 메시지를 전하겠소. 대위."
퍼뜩 몸을 굳힌 이준석을 향해 그가 말을 이었다.
"당신은 우리가 돕지 않았다면 이미 잡혔을거요."
"사드가 누구냐?"
"당신한테 버트 모건으로 알려진 인물이오."
"버트가."
이준석이 어금니를 물었다.
그러나 권총은 아직 내리지 않았다. 옆쪽을 지나는 차량을 의식한 그는 좌석에 있는 신문지로 권총을 덮었다.
그리고는 힐끔 뒤쪽을 돌아보았다. 따라오는 차가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사드는 당신과 함께 일하기를 원합니다. 실종된 당신의 약혼자를 찾는데 적극 협력 하겠다고 했습니다."
운전사가 말하자 이준석이 눈을 치켜떴다.
"비열한 놈！ 그 놈은 날 이용했어. 살인누명을 씌우고 제물로 삼았단 말야. 그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운전사가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당신은 카이로 지리도 모르고 있지 않습니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