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신의아그네스' 대극장 무대 '새맛'
기사입력 1998년 04월 07일 16시 03분
극단 실험극장(대표 안영주)이 서울 대학로 문예회관에서 선보이고 있는 `신의 아그네스'(존 필미어 작, 윤석화 번역, 윤우영 연출)에 관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30여년 동안 국내 소극장연극 운동을 주도하며 실험극장을 운영해온 고 김동훈(1939∼96)의 죽음 이후 표류하던 극단이 전열을 재정비, 재도약을 시도한 무대다.
`신의…'는 실험극장의 고정레퍼토리로 지난 83년 초연, 폭발적인 관객동원으로 장안의 화제를 모았다. 이번 무대 역시 대학생을 비롯, 주부 및 연인관객들이 몰려들어 불황의 연극계에 단비가 되고 있다.
극의 내용은 아그네스 수녀가 아기를 낳아 탯줄로 목을 감아 죽여 휴지통에 버린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수녀원을 배경으로 신에 대한 갈구와 인간의 세속적인 번민을 담고 있다.
이번 무대는 그동안 소극장에서만 공연되던 것을 대극장으로 옮겨, 새로운 맛의 작품으로 공연한 게 특징. 소극장 무대에서의 치밀하고 섬세한 심리터치가 대극장에서 어떻게 관객들에게 전달될지가 가장 관심거리였다.
연출가 윤우영은 떠오르는 연출가답게 공간설정을 시원스럽게 구성하고 배우들의 움직임을 적절하게 배치시켜 극장구조와 극의 내용을 잘 조화시켰다.
그는 미스터리한 극적 수법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팽팽한 긴장감과 몰입의 경지로 이끌어낸 극적 상황을 통해 정통연극에서 느낄 수 있는 묘미를 객석에 전달했다.
여기에는 물론 극장 공간을 잘 활용한 이태섭의 무대미술, 파열음 소리와 찬미가풍의 무반주곡으로 극의 분위기를 한층 살려준 이중기의 음악이 큰 역할을 했다.
연기진들도 안정감 넘치는 연기로, 들뜨지 않은 차분하고 세련된 `신의 아그네스'를 만들어냈다. 첫 연극출연을 한 미녀 탤런트 김혜수는 다소 거칠기는 하지만 열정적으로 아그네스의 심리적－정신적 고통을 그려냈다. 섬세함과 힘의 분배가 돋보인다.
닥터 리빙스턴역의 연운경, 원장수녀 미리암 루스역의 양희경은 그동안 그려진 고정관념적인 이미지를 탈피, 극중 인물을 자기화시킨 연기는 관객들에게 호감을 준다. 12일까지. 평일 오후 5시, 8시. 토－일 오후 3시, 6시. (02)764－5262
[박용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