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고개든 '심판 편들기'
기사입력 1998년 04월 06일 14시 57분
◇…올시즌 프로농구 농사를 마무리짓는 챔피언결정전에서 해묵은 심판판정 시비가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지난 4일 부산에서 열렸던 기아와 현대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은 해도 너무 했다는 후문입니다.
이날 심판들은 경기 초반부터 일방적으로 `기아 죽이기'에 나서는 듯한 냄새가 짙었는데 2쿼터 중반 기아가 한창 추격에 열을 올릴 때 선언한 벤치 테크니컬파울은 `시기적절（?）했다'는 평가입니다.
이같은 특정팀 편들기 현상은 KBL（한국농구연맹） 상층부의 의중을 알아챈 일부 심판들의 과잉충성에서 기인했다는 뒷얘기들이 무성합니다.
평소 KBL 고위인사들은 "프로농구 발전을 위해 기아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눈치빠른 `해바라기' 심판들이 이를 솔선수범하는 듯한 인상입니다.
◇…우울한 심판 얘기는 접어두고 챔피언결정전으로 화두를 돌려보지요.
◇…기아의 김영만이 지난 2일 대전에서 벌어진 2차전서 공식경기 첫 덩크슛을 성공시켜 화제가 만발했습니다.
김영만은 이날 경기종료 46초를 남긴 상황에서 현대 진영에 혼자 남아있다 아웃렛 패스를 받고는 멋지게 왼손 덩크슛을 작렬시킨 것이지요.
경기가 끝난 뒤 기자들로부터 공식경기 첫 덩크슛에 관한 질문이 쏟아지자 김영만은 "1초 동안 드리블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면서 "승부도 이미 결정났고 수비도 없는 만큼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하더군요.
◇…김영만의 덩크슛이 터지던 날, 현대 구단 직원들은 하늘을 쳐다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군요.
이유인즉슨 경기 전날 비가 내려 지붕이 새는 대전 충무체육관의 플로어가 빗물로 흥건했는데 2차전 당일엔 하늘이 맑게 갠 덕택에 `수중전'을 면한 것이지요.
한 직원은 밤사이 비가 그치자 "하늘의 도움이 없었다면 챔피언결정전이 취소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도대체 지난해 지붕 개보수 공사를 어떻게 했길래 빗물이 샐 정도냐"는 비난이 쏟아질까봐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4일 벌어진 3차전에서 현대가 극적으로 승리하자 현대 구단 직원들보다 KBL 관계자들이 더 기뻐하더군요.
만약 기아가 4연승으로 챔피언결정전을 끝내버릴 경우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포스트시즌 시상식을 거행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각종 이벤트도 부산에서 펼쳐야 했기 때문입니다.
KBL의 한 관계자는 3차전서도 기아가 승리할 경우, 5일 오전 윤세영 회장을 비롯한 전직원이 우승 트로피 등 시상식에 필요한 물건을 들고 부산으로 내려올 작정이었다는군요.
또 서울에서 샴페인을 터뜨릴 것으로 예상했던 기아 직원들도 "3차전 승부 여하에 따라 우승축하 이벤트를 위한 플래카드와 축포 등 각종 물품들을 밤새 부산으로 옮기려던 참이었다"며 `표정관리'에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꼴찌팀 SK가 선수단은 물론 구단 직원들까지 대전과 부산을 오가며 챔피언결정전을 관전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선수들에게 큰 경기를 통해 간접 체험토록 한 배려"라는 SK 안준호 감독의 답변은 그럭저럭 설득력이 있었지만 구단 직원들까지 대거 원정에 나선데 대해 각 구단 관계자들은 "SK가 다음 시즌 챔피언결정전을 벌써부터 대비하는 것 아니냐"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더군요.
기아 구단의 한 직원은 SK가 서장훈과 입단계약을 마무리짓고 신인 드래프트에서 현주엽까지 데려간 사실을 들며 "김칫국부터 마시는데 어디 두고보자"며 일침을 가했습니다.
◇…남몰래 휠체어농구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후원하고 있는 나래 최명룡 감독의 선행이 농구계의 미담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우연히 국가대표 휠체어농구팀의 경기를 처음 관전한 최감독은 "부자유스런 신체를 이겨내고 땀흘리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찡했다"면서 매달 한국휠체어농구연맹에 10만원씩 후원금을 내고 있다는군요.
또 지난 5일엔 바쁜 일정을 쪼개 서울 문정동 곰두리체육관에서 열린 98전국휠체어농구연맹전 개막식에 참석했답니다.
최감독은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다"며 "휠체어농구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하더군요.
[정리＝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