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청춘일기] 김선아(2) CF로 뜨면서 무명탈출
기사입력 1998년 04월 06일 14시 57분
세계적인 스타 브래드 피트의 후속이란 점만으로도 심장 뛰는 자리. 몇번의 심사끝에 `오버클래스 아이디' 모델로 결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얼마나 기쁘던지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다. 불안감으로 지새우던 밤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촬영을 불과 하루 앞두고 갑자기 연락이 왔다. 다시 오디션을 보자는 것이었다. 무명 모델을 쓰자니 위험부담이 너무 큰 것 같다고.
속상하기 짝이 없었지만 어떡하랴. 김규환감독, 대행사 직원, 광고주 등 `으리빠방'한 사람들이 잔뜩 앉아 있는 가운데 다시 오디션을 봤다.
그리고 잠시 후 다른 방으로 이동하다 보니 다른 모델들이 집에 가려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것이었다. `이젠 됐구나'하는 생각에 머리가 쭈뼛 서는 듯했고, 순간의 선택으로 저 대열에 낄 수 있었구나 싶어 다리에 힘이 풀렸다.
`오버클래스 아이디' 광고가 전파를 타기 시작하자 하루가 다르게 반응이 왔다. 이때 머리 털 나고 처음으로 스포츠조선과 `CF스타'란 이름으로 인터뷰도 했다.
인터뷰때 에피소드 하나. 처음 인터뷰를 해보는 나는 사진을 찍는다는 것을 예상도 못하고 `김선아의 막가파식 패션'을 휘날리며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로 스포츠조선을 찾았다. 그때 날 쳐다보던 기자의 표정이란！ `이런 황당한 친구가 다 있나' `사진발이 죽여줬던 것이군'이라는 생각을 하는 듯했다.
그 후 난 차츰 무명 모델 신세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MBC TV `인기 가요 베스트 50'의 VJ로 방송계에 데뷔했으며 `영에이지'와 전속 계약을 했고, 나만의 집도 마련했다.
당시 나는 이모 집에서 독립, 숙대 앞에서 하숙을 하고 있었다. 한시간 동안 아줌마에게 매달린 결과 40만원짜리 방을 39만원에 계약, `나 홀로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하숙집 생활은 스릴 만점+고생 만점. 학원 선생님으로 `위장 하숙'을 시작한 나는 늦게 일이 끝나는 날엔 고등학교 야간 학습이 있었다며 신분을 감췄다. 특별한 대접을 받기 싫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모두 학교에 간 후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아 한겨울에 차가운 물로 머리를 감으며 지냈고, 일 때문에 늦게 들어가면 이미 문이 잠겨 있어 밖에서 발을 동동거리기도 여러번 했다.
전속 계약금으로 나만의 공간을 마련했을때의 희열이란！ 집 열쇠를 받은 날 이젠 `고생 끝 행복 시작'이란 생각에 잠 못 이뤘다.
그러나 나에게 이런 기쁨의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버클래스 아이디'의 빅히트는 곧 깊은 좌절의 수렁으로 이어졌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