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죽음과소녀] 창작-번역극 잇달아 무대 올라
기사입력 1998년 04월 06일 14시 57분
우리전통의 연희양식을 꾸준히 탐구해온 극단 미추(대표 손진책)가 창작극과 번역극 두편을 봄무대에 올린다.
14일부터 22일까지 `뙤약볕', 25일부터 5월2일까지 `죽음과 소녀'를 서울 대학로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잇달아 공연, 관객들과 만나는 것.
`뙤약볕'은 `죽음의 한 연구'로 유명한 소설가 박상륭의 동명소설을 연극화한 작품으로 신예 김광보가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말(언어)을 숭상하며 지내는 어느 섬 마을을 배경으로 말을 잃어버린 배경과 되찾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눈에 보이는 허상에 집착해왔는가를 일깨워 주는 게 극의 흐름.
연출가 김광보는 "종교와 철학의 세계를 넘나드는 박상륭의 문학세계는 매력적"이라면서 "인간에게 있어 희망이란 무엇인가, 또 어떤 과정을 통해 희망에 도달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다"며 연출의도를 밝혔다.
미추의 연기파 배우인 정태화 이기봉 전일범 정호봉을 비롯, 최광일이 객원출연, 난해하기로 소문한 박상륭 문학의 속내를 들추어 낸다. 김준섭의 미술, 이유숙의 의상, 황강록의 음악도 관심거리. 매일 오후 4시30분, 7시30분.
`뙤약볕'에 이어지는 `죽음과 소녀'는 극단 미추가 선택한 번역극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미 지난 92년 문예회관대극장에서 공연, 호평을 받은 작품.
칠레의 척박한 현실을 독특한 수법으로 명쾌하게 그려낸 작품을 발표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작가인 아리엘 돌프만의 희곡을 중견 손진책이 연출한다.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리차드 드레이프스, 진 핵크만, 글렌 클로스 주연으로 공연돼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를 들으면서 성적 폭행을 당한 기억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여주인공이 우연히 자신을 고문했던 의사를 만나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심각한 정신적 압박상태에 놓여있는 한 여인이 자신의 정신적 불안을 실제적 행동으로 표출하는 과정을 통해 타협과 양보, 진정한 용서와 화해라는 이름하에 순환하는 인간의 삶을 그려낸다.
긴장감 넘치는 극적 구성이 일품으로 중후한 연기파 배우 권성덕, 김성녀가 초연에 이어 다시 무대에 서며 송영창이 새롭게 가세, 완성도를 높여준다. 매일 오후 4시30분, 7시30분. (0351) 879－3100.
[박용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