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성 관전평] 스타는 역시 고비마다 이름값
기사입력 1998년 04월 06일 01시 38분
주니치 `폭풍' 이종범의 천재적인 감각이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준 경기였다.
시범경기에서 2할3푼3리의 저조한 타율과 지난 3일 개막전에서의 3타수 무안타, 첫 실책으로 팬들에게 약간은 실망감을 안겨주었던 이종범이 주니치 `승리의 전령'임을 새삼 확인시켰다.
스타는 결정적인 순간에 강해야 이름값을 한다.
첫타점을 팀의 2연승을 이끄는 결승타로 장식해 더욱 빛이 났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이종범의 뛰어난 야구 센스와 팀배팅.
작년 주니치가 센트럴리그 꼴찌를 한 이유도 4번 파웰, 5번 야마사키, 6번 다이호 등 `거포'들이 팀배팅을 하지 않고 좁은 나고야구장에서 한방을 노리기만 했기 때문이었다.
병살타가 속출했고, 3안타가 나와도 1점 얻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이종범은 달랐다.
투수가 어떤 구질, 어떤 코스로 승부할 것인가를 예측하고 오직 3루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겠다는 일념으로 바깥쪽 공을 밀어쳤다.
한국의 `야구천재' 이종범이 수읽기에서도 몇수 앞섰다고 볼 수 있다. 이종범은 경기후 "정확히 맞혔는데 코스가 2루수 정면 같아 잡히는 줄 알았다. 공끝이 바깥쪽으로 휘는 슬라이스성이어서 안타가 됐지만 혹시 3루주자가 아웃될까봐 아찔했다"며 그 순간을 되새겼다.
결국 팀배팅을 우선으로 생각한 결과가 결승타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개막전에서 잘해야겠다는 부담감과 의욕과잉, 긴장감으로 몸이 굳었던 이종범은 이제 특유의 센스와 탄력이 살아났다.
앞으로 10년간 일본 프로야구에서 길이 남을 명 유격수로 자리잡겠다는 이종범의 원대한 꿈은 이제 막 테이프를 끊었다.
